상처 입고 '비혼' 다짐한 딸
가정꾸린 뒤 알게된 신세계
30대 여자 현실에 공감·위로
▲ 이현미 지음, 김시은 그림, 부키, 336쪽, 1만4800원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세상의 이야기', '이게 엄마로서 감당해야 하는 사랑의 무게인 걸까?', '자녀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이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어린 시절이 나 또한 어두운 기억으로 가로막힌 문을 열고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처음 엄마가 된 저자의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아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 주고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이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아아 좋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돌봐줘야 하고, 사랑하고, 일평생 지근거리에 두고 지낼 존재를 만나면서 내면의 즐거움이 커졌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더욱 단단해졌다.

'딸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82년생 보통 엄마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비혼' '비출산'을 다짐했던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 '엄마가 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정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아이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여주고 즐거움을 알려줬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육아와 살림이라는 과제가 여자를 짓눌렀다.

엄마, 아내, 직장인, 며느리 역할까지 하느라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고, 누구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속이 터질 것 같다. 여자는 즐거움을 되찾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질문을 던졌고 해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라는 인간이 다시 보였고, 나를 둘러싼 '사회'의 문제가 뚜렷하게 보였다.

이 책은 현재 30대를 살고 있는 '보통 엄마'의 흔한 일상을 그린 에세이다. 그런 동시에 결혼으로 '여자의 현실'에 직면한 30대 기혼 여성의 인생 현장 보고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우리는 왜 아이를 낳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해 1부 엄마(처음 만나는 '미지의 세계'), 2부 나(아이를 키우자 과거의 '내'가 찾아왔다), 3부 아이(가장 고독하고, 가장 찬란한 순간을 선물한 너), 4부 고양이(인생의 의미를 가르쳐준 시간들), 5부 남자(짐을 나누지 않으면 행복도 나눌 수 없다), 6부 세상(이 땅에서 여자로, 엄마로, 약자로 산다는 것)으로 질문과 고민을 확장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공감과 위로의 언어', '해소와 자유의 언어'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아이를 낳으면 세상이 달리 보인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2016~2017년 저자의 직장인 세계일보 연재 당시 여성가족부 양성평등미디어상을 받았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