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아파트 관리를 둘러싼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시작한 '우리 아파트 생생방송' 사업이 겉돌고 있다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를 실시간으로 방송할 수 있는 장비를 세금을 들여 설치했지만 정작 쓰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점검도 없었다고 한다. 입주자대표회의측은 이 사업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거액의 세금이 투입된 사업을 지금까지 방치했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다.
인천시는 지난 2016년 '우리 아파트 생생방송' 사업을 도입했다. 잘못된 아파트 관리비 집행을 바로잡고 투명한 입주자대표회의를 정착시키기 위한다는 취지였다. 시범사업으로 인천지역 20여개 아파트 단지에 방송장비를 설치했다.

단지마다 800여만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인천시는 관리비 비리 예방에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올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 30개 아파트 단지에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관련 예산 3억원도 이미 편성돼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장비가 실제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릴 때 정작 실시간 방송이 중단되거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회의 때 녹화 장비를 아예 꺼 버린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인천시도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장비 문제로 실시간 방송이 끊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인천시는 2년이 지나도록 운영실태를 점검한 것이 고작 한 번, 그것도 형식적이었다.

전 국민의 70∼80%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대이다. 아파트 관리 비리는 지역공동체 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암적 존재이다. 그러나 그 비리는 구조적이다. 오죽하면 전 정권에서 주요 척결 대상으로 전담 수사부서까지 두었겠는가. 일시적인 단속이나 미봉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주민들의 관심과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 아파트 생생방송'의 취지는 좋다. 투명하고 공개된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첫 걸음이다. 인천시는 의욕에 앞서 그에 수반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주민들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