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금어기가 끝나면 한반도기를 달고 꽃게잡이에 나설 거에요."
"이제 곧 새마을리와 구리동해변의 용치를 뽑을 날도 오겠지요."
2010년 11월23일, 연평도에 북한에서 쏜 포탄이 떨어졌다. 6·25전쟁 때 포탄 한 발 떨어지지 않았던 연평도에는 포격사건 이후 대피훈련이 일상처럼 되었다.
최근 연평도에서 만난 어민들은 금어기가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기를 배에 달고 꽃게잡이를 나갈 채비가 한창이다. 판문점회담 이후 포성은 멈췄지만 진정한 평화가 연평도와 서해5도, 한반도에 찾아오기를 한결같이 기원한다.

연평도 새마을리 해변에는 길이 3m가 넘는 철제구조물 수백개가 45도 각도로 바닷가를 향해 뻗어 있다. 용치(龍齒)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처음 사용되었다는 용치는 군방어시설로 군대의 진행을 저지하기 위한 시설이다.
연평도뿐만 아니라 대청도와 백령도 해안에는 북한군의 상륙을 막기 위해 철제 용치와 콘크리트 용치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설치되었다. 국방과 안보를 위해 설치했던 용치가 지금은 훼손되고 흉물스럽게 방치되면서 주민들과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연평도에는 최소 5곳에 용치가 있다. 얼피 보기에도 1000개가 넘는다. 그 중 새마을리 해변과 구리동 해수욕장은 지역주민들이나 관광객이 늘 찾는 곳이다.

이곳의 용치는 오랜 세월 바닷물에 노출되고 관리가 안되면서 설치된 용치의 절반 이상이 쓰러지고 콘크리트 기반구조물만 남아 있다. 서 있는 용치들도 상태가 심각하여 내일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새마을리 해변의 경우 굴이 잘 돋는 곳인데, 콘크리트와 철이 부식되면서 굴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파라솔이 설치되어 있는 구리동의 용치는 철 뿌리만 모래해변에 불쑥 솟아나와 안전을 위협한다. 여객선부두에서 만난 한 현역군인은 훈련에 방해된다고 용치 일부를 뽑아낸 적이 있고, 첨단 시대라 지금은 용치가 필요없다고 귀뜸한다.

대청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청도에서 용치가 확인되는 곳은 옥죽포와 두리장술 해안이다. 이곳은 해안사구가 발달한 곳으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이 추진 중이다.
해안사구와 해안절벽 등 빼어난 지질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주민들이 공들여 심은 방풍림 제거계획도 추진 중인 곳이다. '대청도 처녀는 모래를 서 말은 먹어야 시집을 간다'고 할 정도로 모래가 많다. 옥죽포 용치는 이미 모래에 묻힌 지 오래다. 위쪽 부분만 남았을 뿐이다.
대청도를 대표하는 포구했던 옥죽포가 용치설치 이후 모래가 쌓이면서 포구기능을 상실하였고, 용치에 부딪혀 어선이 파선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백령도에도 1000개가 넘는 용치가 있다. 보호대상 해양생물이자 멸종위기종이며 천연기념물인 점박이물범의 주요 서식지인 하늬해변에서만 수백개의 용치가 확인된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용치가 경관훼손과 환경파괴뿐만 아니라 우럭을 잡는 물범도, 다시마를 채취하는 지역주민도 위협하고 있다.
7월27일이면 휴전협정체결 65년을 맞는다. 판문점 회담 이후 한반도에 평화시대가 열리고 있다. 서해5도와 한반도에 평화정착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이제 분단과 대치를 종식하고 평화와 교류를 이야기해야 함은 분명하다. 한반도의 평화정착, 천안함 침몰과 연평해전과 포격사건이 있었던 서해5도에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서해5도 주민들은 크고 작은 상처와 아픔들은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더 이상 쓸모없는 용치가 뽑히면 가슴 속 깊이 박혀 있는 대못들도 뽑히지 않을까? 그리되면 서해5도 주민 마음의 상처들도 조금은 치유되지 않을까? 분단과 대립의 상징이던 용치. 훼손되고 쓸모없어진 용치. 서해5도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논의의 중심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