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시원한 소낙비가 한바탕 내렸으면 좋겠다. 도서지역 일부를 제외하고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폭염으로 펄펄 끓는 도심의 거리는 후텁지근한 불볕더위일 뿐 여름 휴가철답지 않다. 주말 극장가와 대형 쇼핑몰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더위를 피할 공공·공중시설들이 새로운 여름 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반면 한여름 느티나무 정자 그늘 아래서 무더위를 피하던 농촌 풍경은 점차 사라졌다. 마을 근처에 병풍을 쳤던 오동나무 군락도 도시 개발에 밀렸다. 고령화에 따른 농촌공동화 현상이 뚜렷하다. 도시나 농촌이나 여름 정서를 찾아 나서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매년 반복되는 정상적인 계절의 변화지만 올 여름은 유독 덥다. 섭씨 40도를 육박했다. 독거노인, 노숙자 등이 폭염에 맞서야 하는 주거환경도 걱정이다. 경기도 여주의 경우 서울·인천지역보다 수은주가 높았다. 22일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결과 39.7도까지 기온이 올라 올해 전국 최고였다. 또 낮보다 습도가 많은 밤 기온이 25도를 넘어서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잠을 설칠 수밖에 없어 건강에도 적신호다.
열대지방은 건기, 천문학으로는 하지로 구분되는 혹서기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반복되는 사계의 구분 외에도 휴가, 방학, 공연, 스포츠 등과 같은 사회 현상을 나타내는 의미를 품었다. 요즘 서해 5도 인천 연안으로 피서를 떠나는 휴가인파도 만만치 않다. 중구 용유도 왕산해수욕장과 을왕리해수욕장에는 갯벌체험과 함께 낙조가 아름답다. 하늘·바다·땅길이 이어진 영종도 백운산 트레킹,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즐기는 레저 스포츠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도 소문난 코스다. 무더위를 피해 바다로 계곡으로 도심 탈출에 나선 피서객들의 계절, 여름이 무르익었다.

녹음방초의 계곡에서 또 바다에서 즐겨 부른 여름 노래들이 추억으로 떠오른다. 1970년대 키보이스, 템페스트, 4월과5월 그룹 등이 선보인 노래가 '시즌송'으로 자리를 잡았다. '해변으로 가요', '바닷가의 추억', '파도'를 처음 접했던 당시 청년들은 이미 노년에 들어섰다. '고래사냥', '여행을 떠나요'는 세대 구분 없이 여전한 인기를 누린다. 쿨, 디제이 디오씨, 듀스의 '해변의 여인', '여름 이야기', '여름 안에서'도 자주 선곡된다. 유피의 '바다'는 청소년들의 애창곡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주인공들과 여성 아이돌그룹 가수가 합세해 부른 '냉면', '영계백숙'으로 잠시 폭염을 다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