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8회> 언론인 

월드컵 결승전 날 남프랑스 니스의 중심가에 있는 마세나 광장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파로 가득 찼다. 니스 근교에 있는 뚜렛트에서 개막된 어머님 이성자(李聖子, 1918~2009) 화백 탄신 100주년 기념전시회로 이곳에 머물고 있던 필자는 프랑스 축구와 응원열기를 현장에서 보기 위해 마세나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인파 중 한 사람이 되었다. ▶바로 전날인 7월14일은 프랑스 최대의 국경일인 혁명기념일이어서 거리 곳곳에 크고 작은 삼색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마세나 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은 파리의 에펠탑 광장과 샹젤리제 대로를 가득 메운 응원인파는 물론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광장이나 길거리로 몰려나온 얼굴색도 각기 다른 남녀노소 프랑스인들의 기대감 가득 찬 표정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면서 마세나 광장의 함성은 지중해 바다의 파도소리보다도 크게 멀리 번지고 있었다. 전반 18분 첫 득점순간 광장은 떠나갈 듯 흥분의 도가니였다. 스포츠가 국민들을 열광시키고 단합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선수들이 득점할 때마다 함성은 점점 커졌고 4대2로 크로아티아를 꺾자 군중들의 열광과 환호는 절정에 달했다. 그날 저녁 니스에서 뚜렛트까지 오면서 보고 느낀 도심과 거리분위기는 폭동 전야를 방불케 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20년만에 청색군단이 FIFA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자유·평등·박애라는 프랑스 국시(國是)를 뒷받침하는 쏘리다리티(단결)와 똘레랑스(관용)를 꾸준히 실천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23명의 선수 중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고 그중 15명이 아프리카계이다 보니 '6번째 아프리카 대표팀' 같다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디디에 데샹 감독은 "우리는 하나로 단합된 프랑스"라면서 우승의 길로 인도했다. ▶프랑스는 축구에만 재능 있는 외국인들을 받아들인 나라는 아니다. 소양 있는 외국화가들에게는 영주권을 부여하고 파리시 같은 대도시에서는 화실이 딸린 아파트까지 제공한다. 1950년부터 프랑스에 와서 활동하고 정착한 우리나라 화가만도 100여명을 상회하고 이성자 화백도 그 중 한 분이었다. 한국입양아 플러르 펠르랑 여사는 사회당 올랑드 대통령 정부에서 3개 부처 장관을 역임했다. 능력과 재능을 지닌 전 세계 사람을 차별없이 받아들이는 프랑스 정신이 이번 월드컵 우승으로 이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