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이전 방식·후보지 심사 등 잠정 중단 … 해당 학교·유치나선 지자체 속앓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전이 수년째 답보 상태인데도 정작 관할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늑장을 부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전을 검토해온 한예종과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경기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은 '속앓이' 중이다.

18일 한예종·문체부·지자체에 따르면 한예종은 서울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 내 조선왕릉인 의릉이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2025년까지 캠퍼스를 이전하기로 했다.

석관동 캠퍼스 외 서초구 서초동(예술의전당), 종로구 와룡동(대학로) 등에서 예술원 6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따라 문체부와 한예종은 캠퍼스 통합 이전과 석관동 캠퍼스만 이전하는 방안 등 두가지 계획을 고려한 후 이전 부지 선정 작업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지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3차례 진행해 후보지를 수도권 6개 지역으로 압축했다. 물망에 오른 이전 후보지 고양·과천을 비롯, 인천, 서울 서초·송파·노원구 등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유치 각축을 벌여왔다.

고양시는 통합 유치를 위해 통합 이전에 필요한 최소 부지 12만㎡에 근접한 11만4471㎡ 부지를 대학유치 용지로 확보했다. 또 장항지구 공공주택 5500호 중 1000호를 한예종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활용할 방침이다.

과천시는 서울과의 접근성, 교통의 확장성을 내세우며 국립현대미술관과 과학관이 위치한 선바위역 일대를 부지로 선정하고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인천시는 서구에 위치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인근 부지(18만㎡ )를 제시했다.

다른 지자체도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용역조사 후보지에 포함되지 않은 지자체도 유치 의사를 보이며 관련 사항을 준비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같은 지자체들의 움직임과 달리 한예종 이전 논의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전을 관할하는 부처인 문체부가 지난해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한예종 이전 방식 및 후보지 심사 등이 잠정중단됐다. 이후 문체부가 년초 심사위원회 구성 등을 조직하고 하반기 후보지 확정 의사를 밝혔지만 현재까지 부지 선정 윤곽은 정해지지 못한 상황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전 사업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부분은 없다"며 "년초 하반기 확정 부분에 대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며 계획했던 심사위원회조직도 아직은 구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급하게 서둘러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해 잠정적으로 미뤄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와달리 행정력 낭비를 걱정하며 '속앓이' 중인 지자체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유치 사업을 진행해온 상황에서 문체부가 밝힌 하반기 선정 확정시기만 보고 있었다"며 "그런데 심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심히 유감스럽다"라고 말했다.

과천시 관계자도 "이전 논의가 뜨거웠던 2016년도 당시 유력 후보지로 과천시가 언급되면서 유치 이전을 위한 TF 조직 등을 구성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며 "민선7기가 오면서 재추진하고 있지만 붕 뜬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예종도 마찬가지다. 이전 부지 확정이 미뤄지면서 2025년까지 사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 지 우려했다.

한예종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를 모두 문체부에 전달한 상황으로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쫓기듯 이전하는 상황에서 시일이 가까워지고 있고 보다 빠른 진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