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훈 인천대 운동건강학부 교수
최근 러시아 월드컵 등과 함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하나의 뉴스가 있다. 바로 기적적인 생환으로 세계인을 놀라게 한 태국 치앙라이 유소년 축구선수들의 동굴 탈출기이다. 사건의 전말은 단순하다.
축구 훈련을 마치고 동굴 탐사에 나선 코치와 12명의 소년들은 갑자기 내린 폭우로 동굴 속 5km지점에 고립되고 만다. 이들의 실종 소식이 외신을 타고 알려지자 세계의 구조 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이 구출 작전에 함께 했고, 덕분에 최장 4개월로 예상되었던 구조는 단 17일 만에 전원 무사귀환이라는 기적 같은 결과로 막을 내린다. 흥미로운 것은 세계 영화산업을 주도하는 헐리우드와 다국적 출판업계가 이 사건에 예사롭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재난극복은 영웅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미국 영화의 전형적인 장르이자 단골 메뉴이다. 과연 영화계와 출판계가 주목한 이번 태국 유소년 동굴 구출 사건의 상징성은 무엇일까? 그들이 극화할 영웅담과 감동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스포츠를 전공하는 필자에게 이 사건은 세월호의 아픈 기억과 대조되는 청소년 재난극복 스토리라는 점과 특히 대상자가 유소년 축구팀 선수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동굴 내부에서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소년들의 정신 에너지는 무엇인지? 그런 에너지가 축구 훈련 경험과 어떤 인과적 관련성이 있는지 등 다양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언론 매체들에서는 지방 정부의 효율적인 대응, 젊은 코치의 상황 대처 능력과 희생, 다국적 구조의 손길 등 다양한 기적의 동력들이 제안되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필자에게 전원 생존이라는 성공적 결말과 감동의 원천을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구출 과정에서 나타난 리더십과 팀워크이라고 말할 것이다.

예컨대 코치인 엑까뽄 찬타윙(25)은 위기 상황에서 절망하지 않고 다양한 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명상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였고 체내 에너지 비축 방법과 위생을 지도하는 등 신체 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더 훌륭한 것은 자기 음식을 선수들에게 양보하고 거의 공복 상태로 버티는 등 자기희생을 통해 팀 구성원을 하나로 단결시켰다는 점이다. 선수들 역시 코치가 정한 행동 규범을 엄격하게 지키고 서로 배려하고 격려하는 등 공동운명체적 팀웍을 만들어내고 유지했다. 비록 어린 선수들이지만 팀 스포츠 훈련을 통해 어려움이 닥치면 뭉쳐야 하고 뭉치면 좋은 결과가 온다는 신념을 내면화했을 것이다.
실제로 리더십과 팀워크은 우리가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발달시켜야 하는 필수적인 삶의 기술이다. 특히 두 기술은 다른 어떤 활동보다도 운동이나 스포츠 경험을 통해 습득되고 증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일찍이 체육학자들은 성공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기술 중 규칙적인 운동이나 스포츠 경험을 통해 습득되는 삶의 기술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다수의 연구에 기초할 때 스포츠를 통해 발달시킬 수 있는 고유의 '라이프스킬'은 건강 및 신체관리 기술, 리더십 기술, 스트레스 관리 기술,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기술 등이 확인된다. 물론 운동을 한다고 이런 기술이 자동적으로 습득되지는 않는다. 훈련 속에서 치열하게 뛰고 반복적으로 남보다 피나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길러진다.
동굴 속에서 17일을 기적적으로 버티게 한 태국 유소년 선수들의 에너지 역시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참고 이겨내면서 길러진 라이프스킬 덕분일 것이다.
오래 전 월스트리트 저널(WSL)에 스포츠를 좋아한 역대 미국 대통령의 순위가 발표된 적이 있다. 여기에서 최고의 스포츠맨으로 꼽힌 대통령은 복싱과 레슬링을 즐긴 테디 루스벨트였으며, 2위에는 산악자전거를 즐긴 조지 부시, 그리고 3위에는 농구광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이 올랐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스포츠맨 대통령이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준 훌륭한 대통령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이다.
운동과 스포츠 활동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이며 반복적이다. 운동 참가자들은 누구나 장·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트레이닝을 통해 전문체력을 강화시켜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개인들은 수없이 신체적·심리적 한계에 부딪히지만 이를 참고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끈기와 인내, 자기조절, 목표추구능력, 집중력, 협동과 소통 등을 요구한다. 결과적으로 반복적인 운동 과정은 자기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고 내외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기술과 더불어 책임감과 성실함을 겸비하는 리더십 기술도 발달시켜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더 많은 성장기 청소년들이 운동과 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삶의 기술을 배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