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희 경기도문화의전당 교육사업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Art washes away from the soul the dust of everyday life)고 얘기했다.
"피아노를 한번 배워볼까?"라고 생각하거나 "미술 학원을 등록해볼까?"라고 결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무의식중에 피카소의 말에 동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비바람이 무삼히 몰아쳐도 눈보라가 자비 없이 내리치는 날에도 꿋꿋하게 출석하는 수강생들을 심심찮게 목격하고 있다. 그것도 국악이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취미로 쉽게 접하기 힘든 장르를 배우러 경기도국악당의 언덕을 숨 가쁘게 올라온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반복적이고 팍팍한 일상을 뚫고 와서 열정적으로 한자락 소리를 내고, 연주를 하며 춤사위를 풀어내는 걸까?
경기도국악당 전통예술교육강좌는 한국민속촌과 경기도박물관 등 지역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적 환경과 자원을 바탕으로 경기도민들이 생활권 내에서 문화예술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경기도국악당이 주도하였지만 도민 스스로 소통과 공감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콘텐츠가 발달하였고 규모가 확대되었다.

역사가 10년 훌쩍 넘었고 적지 않는 강습생들의 경력이 그와 다르지 않다. 소리부, 무용부, 악기부 등 50여개나 되는 강좌들을 골고루 섭렵하면서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수강생들도 여럿이다. 그들에게 경기도국악당 강습실은 사랑방이고 놀이터인 셈이다.

들리지 않는 귀와 아픈 다리 때문에 팔 동작만 간신히 따라할 수 있는데도 무용을 배우러 오는 아주머니도, K-POP보다 판소리나 민요가 더 재미 있다는 신통방통한 초등학교 2학년 꼬마 녀석도, 먼 충청도에서 혹은 더 먼 강원도에서 오는 어르신도 아마 일상의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만 아니라 배움에 대한 성취와 예술이 주는 행복감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먼 미래 딸의 결혼식을 위해 악기를 배운다고 후배의 행복 가득한 표정 역시 그것이 아닐까 싶다. 무슨 이유에서든 그들이 받는 기쁨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고 한다.
사실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단순한 예술적 체험을 넘어 주도적으로 즐거움을 만끽하고 감동을 느끼고 그 가치를 경험하려면 일상적인 연습만으로 영겁의 시간을 보내야할지도 모른다.
손가락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팔 동작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말자.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가슴 벅찬 경험이니…. 그리고 미국시인이자 사상가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기억하자. '예술가들도 처음에는 아마추어였다'(Every artist was first an amate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