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생활한 저자 '사적인 시선'
짧은 글과 생생한 그림으로 담아
▲ 알렉산드라 클로보우크 지음, 김진아 옮김, 안그라픽스, 136쪽, 1만6000원
유럽의 서쪽 끝자락인 이베리아반도에 있어 오래전부터 '서쪽의 서쪽', '세상의 끝'으로 불린 나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이 해마다 2500만명이상 찾는 관광지이다.

<첫, 리스본>은 일반 여행서와 조금 다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단순히 여행자로 풀어낸 이야기들이 아닌 1년동안 직접 생활자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길지않은 글과 일러스트로 그려, 실제 리스본에 와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길 잃고 헤매는 시간이 아까운 사람은 리스본을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구체적인 여행 명소를 추천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목차도 없고 정해진 쪽 번호조차 없다. 다만 저자의 사적인 시선으로 도시 풍경과 사람들 모습을 보여준다. 판단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도시를 조망하며 그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덕분에 독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 각자의 리스본을 상상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곳, 좁은 골목 사이로 시선과 대화 그리고 노래가 이어지는 곳, 사람들과 함께 식사자리를 일상의 보물로 여기는 곳을 하나둘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을 펼치면 마치 그림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게 된다. 리스본은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벨렝탑이 구도심을 밝히고, 세계무형유산으로 인정받은 전통음악 파두가 서민의 삶을 위로한다. 이 책 본문에는 파두 가수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alia Rodrigues)가 부른 노래 '검은 돛배'를 바로 연결해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가 있다. 리스본 특유의 멜랑콜리하고 비밀스러운 정서를 느끼고 싶은 독자를 위해 마련한 장치다.

저자는 옛 유럽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구도심, 신발로 밟기 아까울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보행자 도로, 대부분 유명한 수도원에서 탄생했다는 맛있는 디저트,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커피가 있고 커피에 곁들일 달콤한 친구는 더 많다는 도시인 리스본 곳곳을 담은 섬세한 일러스트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한 길지않은 글은 어느 순간 우리를 낯선 도시 한복판에 데려다 놓는다. 도시의 겉모습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역사와 사람,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풀어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특히 저자는 도시의 매력을 소개하는 것과 함께 리스본 사람들, 즉 '리스보에타스(LISBOETAS)'의 일상을 말한다. 직업과 미래를 걱정하는 청춘, 경제 위기의 여파로 겪는 어려움, 그럼에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동시대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리스본을 가보고 싶지만 아직 가보지 못했거나 평소 리스본에 대해 궁금했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모자람이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