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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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코에 빨대 박힌 거북이가 가쁜 숨을 내쉬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30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플라스틱 빨대등 일회용품을 대체할 물품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우리 주변에서는 언젠가부터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와 음료를 든 채 산책하는 것이 도심생활의 일상적인 풍경으로 돼 버렸다. 이렇게 쓰이는 일회용 컵이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60억개, 하루 7천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일회용 컵 사용량을 억제하기 위해 2003년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탄생했다. 커피전문점에서 일회용 음료컵을 제공하면서 보증금을 받았다가 컵을 가져오면 돌려준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2008년 사라졌다. 음식점이나 학교, 병원, 기숙사 등 식품 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제도 같은 해 사라졌다.

게다가 '테이크 아웃' 커피 열풍이 불면서 일회용 컵 사용량은 폭증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일부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자율협약'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의 일회용품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은 1인당 420개로 독일(70개)의 6배, 핀란드(연 4개)의 100배에 이른다고 한다.2016년 통계청 조사 결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98.2㎏으로 미국(97.7㎏)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일회용품 처리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메이 영국 총리는 2042년까지 25년간 불필요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두 없앤다는 계획을 지난 1월 발표했으며, 프랑스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이나 접시, 비닐봉지 등 썩지 않는 일회용 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의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오는 9월까지 일부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시범 도입한 뒤 이르면 올해 안에 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완전히 없애겠다며 친환경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다. 스마트폰이나 지갑 등을 깜빡하고 두고 왔을 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늘 무심하게 사용하고 있는 비닐봉지나 컵 등 일회용품도 어느날 갑자기 못 쓰게 되면 그 불편함이 주는 여파는 클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이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우리의 구태의연한 일상과 이별할 때다. 이제는 환경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미래세대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익숙했던 일회용품들과 완전히 이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