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측 "철거하면 오염" 주장 무색
▲ 인천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인근 안벽 기둥 사이사이에 선박용 밧줄 등 온갖 해양 쓰레기가 엉겨 붙은 채 쌓여 있다.
현대상선이 20여년간 방치한 안벽시설이 '해양 쓰레기의 온상지'로 전락했다. 안벽 철거가 해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시설을 존치해야 한다는 행정기관과 현대상선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환경오염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일보 7월11일자 1면>

11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최근 D사 등 4개 업체에 소유권을 넘긴 인천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인근 안벽시설은 인천남항 안쪽에 자리하고 있다.

외항으로 분류되는 남항은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큰 항만이다. 이른바 '물때'가 존재하는 것이다. 전달까지 현대상선이 소유했던 안벽시설 바로 앞 바다에서도 물때의 영향으로 썰물 때엔 갯벌이 드러난다. 작은 게와 갯강구 등 해양생물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안벽시설은 20년 넘게 방치되면서 어느새 쓰레기장으로 전락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벽 밑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둥 사이사이엔 선박용 밧줄과 스티로폼, 비닐 등 온갖 해양 쓰레기가 엉겨 붙은 채 쌓여 있는 실정이다.

물이 차면 쓰레기들은 그대로 바닷속에 잠기거나, 더 넓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오염을 일으킨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방파제가 구조물(안벽)에 가로막힌 상황이어서 쓰레기 수거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인천해수청은 2016년 환경오염을 이유로 현대상선에 '안벽 등 접안시설을 원상복구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었다.

현대상선은 와플(계류 중인 선박의 수평을 잡아 주는 시설) 등 일부 시설만 제거하고, 수십억원의 철거비용이 드는 안벽은 철거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 최근 안벽 소유권이 현대상선에서 D사 등 4개 업체로 이전되면서, 원상복구 명령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 모든 과정은 인천해수청의 허가 하에 이뤄졌다.

인천해수청과 현대상선의 안벽 존치 이유 중 하나는 안벽을 철거할 때 발생하는 건설 폐기물이 바다에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폐콘크리트와 같은 폐기물이 해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항만업계에선 '빈약한 논리'를 앞세워 철거해야 할 시설을 존치한 잘못된 행정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만 건설 분야의 한 전문가는 "안벽과 같은 모든 항만시설을 철거할 땐 당연히 폐기물을 치우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폐기물을 우려해 이미 기능이 상실된 시설을 철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항만 곳곳에 폐시설이 넘쳐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