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수청, 현대상선 항동 공유수면 시설 매각요청 승인
기능 상실 2016년 철거명령 … 30억 들여 제거, 안벽만 남아
상선 측 "철거땐 바다 오염·업체들 고려 … 문제될 것 없어"
▲ 현대상선과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매각한 인천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부지. 부지 아래 빨간색 테두리에 있는 구조물이 현대상선이 소유했던 안벽시설로 2016년 인천지방해양수산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가, 최근 인천해수청의 소유권 이전 허가로 존치가 가능해졌다.
국내 최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이 행정기관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은 자사 소유 노후 항만시설을 철거하지 않은 채 다른 업체에 넘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행정기관은 이미 내렸던 행정명령을 번복하고 현대상선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최근 인천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인근 공유수면에 설치된 현대상선 소유 항만시설을 D사 등 4개 업체에 넘기겠다는 현대상선의 요청을 승인했다.

바다 등 공유수면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운영하기 위해선 공유수면 관리청으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시설물을 방치할 경우엔 원상복구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취재 결과, 현대상선은 1995년 범현대그룹 일가였던 시절 다른 현대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중구 항동7가 104-3번지 부지를 매입하면서 문제의 항만시설을 인수했다.

이 구조물은 길이 300m에 이르는 안벽 등을 갖춘 선박 접안시설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이 시설을 20년 넘게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 2016년 인천해수청으로부터 시설물 철거 명령을 받는다.

이후 현대상선은 30억원을 들여 와플(계류 중인 선박의 수평을 잡아 주는 시설)과 샌드 매트, 콘크리트 말뚝 등을 제거했다.

이로써 원상복구 대상으로는 50억원 이상의 철거비용이 드는 안벽만이 남게 됐다.

그런데 현대상선은 최근 부지 매각 과정에서 안벽을 헐지 않고, 부지를 매입한 D사 등 4개 업체에 넘긴다.
인천해수청도 연간 사용료 50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들 업체 간 시설물 사용권 이전을 허가했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현대상선 접안시설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던 게 맞다"면서 "시설을 인수한 업체들이 물류 활성화 목적으로 사용하겠다고 해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20년 넘게 방치된 민간 항만시설에 대해 제 기능을 상실했다며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린 것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은 수십억원대 철거비용을 아꼈기 때문에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측은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에 속해 있던 시절 매입한 부지와 시설로, 활용하려 했으나 오랜 시간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벽을 철거하게 되면 바다가 오염될 수 있고 시설을 사용하겠다고 한 업체들의 설치비용 등이 이중으로 들 수 있다고 판단해 인천해수청에 사용권 이전 허가를 요청한 것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