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일본 가나자와(金澤)시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을 방문했을 때였다. 인구 46만여 명에 불과한 도시였으나 미술관의 위상은 대단했다. 독특한 콘셉트와 작품으로 그 작은 도시에 어마어마한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더 놀란 것은 작품이나 작가의 이름을 알 수 없는 박물관과 전시관들이 즐비하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뭐지?' 기념관들의 정체를 모르던 차에 "우리 지역이 배출한 인물들을 기념하는 기념관"이란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었다. 일본은 생존하는 작가들의 기념관을 많이 짓는다는 얘기도 덧붙여 주었다. 현존하는 인물들의 기념관을 세울 경우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이므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는 얘기였다. 작고한 사람 위주로 기념관을 짓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민간인 최초로 휴전선 155마일을 촬영한 최병관 사진가의 경우 접경지역 자치단체들로부터 'DMZ 박물관' 혹은 '기념관'을 지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아오고 있다. 매혹적인 프로포즈이건만, 그는 그럴 때마다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유는 단 하나, 고향 인천을 떠나기 싫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을 떠나면 큰 일 나는 줄 알고 살아온 사진가다. DMZ뿐만 아니라 염전, 인천항 등 인천과 관련한 주제 29개가 더 있는 이유다.

최병관 사진가는 외국의 유수 언론들이 더 주목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유엔본부에서 우리나라 작가 최초로 전시를 한 이후 미국의 UPI, NBC, CNN, NY,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아사히(朝日) 신문 등이 그를 조명했다. 일본 NHK의 경우 1년여의 취재를 통해 아시아의 인물 '한국의 사진작가 최병관'을 30여 분간 전 세계에 방송하기도 했다. 세계가 찾는 그를 정작 고향 인천에선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 사진가가 동경예술대, 엘버트주립대와 같은 대학교수직조차 마다하는 이유 역시 고향에 남아 사진을 계속 찍기 위해서다.
인천에서 대대로 500여년을 살아온 그에게 영종도나 송도, 강화도에 기념관을 마련해 준다면 날개를 달 것이다. 일본처럼 현존하는 인천의 인물들을 발굴하고, 기념하는 일은 좋은 관광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