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2002년 6월29일 한일월드컵 4강전(한국-터키)을 앞두고 제2연평해전이 발발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던 참수리 고속정에서 사투를 벌인 6명의 호국영웅들이 승전보를 울리고 전사했다. 19명의 부상 투혼도 처절했다. 어제 오전 해군 참수리호를 대체해 임무 중인 유도탄고속함(PKG450t급)에서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나는 백두산 하나, 감도 다섯"이라는 북함의 교신 응답을 받았다. 남북 함정의 호출부호 '한라산'과 '백두산'의 핫 라인이 10년 만에 재개통됐다. 판문점 선언의 남북 군사 분야 합의 사항에 따른 조치다.
그동안 북한은 심심찮게 서해 NLL을 넘나들며 도발해 왔다.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을 비롯해 2002년 제2연평해전,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등이 일어났다. 연평도 포격, 북한 해안포 사격,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서해는 한반도의 탄약고로 상징되어 왔다.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방안이 논의됐다. 안보와 호국의 정신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의 변화가 급진적이다. 젊은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킨 순직, 전사자들의 피가 아직 역사 속에 살아 흐르고 있다. 병역기피 여지는 불식돼야 한다. 종교적·정치적 신념이 헌법 앞에 서게 될 때 양심적 병역거부 현상이 폭증하고, 법치국가의 질서와 안보가 흔들리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병역은 헌법에 명시한 국민의 의무다. 병역의 불평등 환경은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남북 평화 무드가 조성된다고 해서 긴장의 끈을 풀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존립의 근간은 국방과 안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제2연평해전 16주기를 맞아 정치권의 반응이 이채롭다.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서해수호관 광장에서 참수리 유가족, 승조 장병, 함대 지휘관·장병, 군무원 등 400여 명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던 정치권에서 이날 집권 여당은 한 줄의 논평도 내지 않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만 논평을 내고 이들의 희생을 기렸다. 1999년 제1연평해전을 대승으로 이끈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보상 특별법 제정에도 앞장섰지만 침묵했다. 참수리호 357호 정장(艇長) 고 윤영하 소령을 배출한 인천 연수구 송도고는 재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열고, 초라한 연평해전 16주기 분위기를 달랬다. 송도중 출신 박상은 추모사업회장, 송도고를 나온 민경욱 국회의원, 장정교 인천보훈지청장, 유근종 인천해역방어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남북 냉전의 시대가 걷힌다고 하지만 섣부른 조삼모사 안보 정치는 재고해야 한다. 월드컵에 묻힌 연평해전, 안보에 여야와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