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오늘 전국 243개 지자체에서 민선 7기 단체장들의 임기가 시작된다. 오늘 전국에서 벌어지는 취임 행사의 주된 흐름은 '간소화'라고 한다. 여기에 태풍 쁘라삐룬까지 덮쳐 지방정부 수장들은 임기 첫날부터 자축에 앞서 재난대책에 바쁘게 됐다.
▶지방정부 수장의 취임이라면 1995년 7월 1일의 서울시장 취임이 먼저 떠오른다. 35년만에 부활된 지자체장 선거에서 조순 전 부총리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소통령'이라 불렸던 서울시장이 그 직전 10개월 여만에 3명이 바뀌고 난 뒤였다. 그 전 해 10월 출근길에 성수대교가 무너져 32명이 사망했다. 관선이었던 이원종 시장이 그 날로 해임됐다. 후임으로 임명된 우명규 시장도 성수대교 부실 관련으로 11일만에 물러났다. 그 후임 최병렬 시장은 취임일성으로 '설거지론(설거지를 잘 하느라고 접시를 깨는 것은 눈감아 줘야 한다)'을 내걸고 수습에 진력했다. 최 시장은 그러나 이듬해 6월 29일 이임식장으로 가던 길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접한다. 사망자만 500여 명에 이른 미증유의 사고였다.
▶민선 조순 서울시장은 임기 첫날을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에서 맞았다. 동도 트기 전, 서초동 사고현장에서 사고 뒷처리부터 매달렸다. 그 날 따로 조촐한 취임행사를 가지기는 했지만 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취임한 셈이다. 이 날 서울시 출입기자들은 이른 아침 서초동의 한 설렁탕집에서 조순 시장 취임의 변을 받아 적어야 했다.
▶이 날 조순 시장은 취임 일성으로 '서울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선거를 통한 지방자치가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중앙정부에 예속돼 실질적인 자치가 어렵다는 거였다. 대한민국이 곧 서울 공화국이던 시절엔 취임일성도 눈길을 끌었다. 4.19 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김상돈 시장의 취임 일성은 "민나 도로보데스(모두가 도둑놈이다)"였다. '복마전(伏魔殿)'이라 불리던 자유당 치하의 서울시정에 대한 일갈이었다. 제2대 윤보선 서울시장의 취임일성은 "쓰레기를 청소하라"였다고 한다.
▶오늘 인천에서도 새로운 시정부가 첫 걸음을 딛는다. 태풍의 영향으로 취소됐지만 당초 예정됐던 취임식 행사의 컨셉은 '열린 취임식'이었다. 특별히 초청 대상을 정하지 않고 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였다. 과거 누구는 초청받았느니, 못받았느니 하던 것에서 한걸음 나아간 것이다. 아무튼 시작은 늘 희망과 용기의 그 무엇이다. '박남춘 호' 인천 시정부의 출범에 300만 시민과 함께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