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인공지능(AI)의 의사결정에 따르는 인간의 삶이 현실이 되는 4차혁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 융합을 기반으로 구축된 첨단 가상물리시스템의 환경이 산업 전반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세다. 이미 2년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고조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AI기자 '헬리오그래프'를 활용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금융,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다.

1956년 '인공지능' 용어가 등장한 지 60여년 만에 가상 세계와 물리적 실제가 연동되고 통합되는 새로운 세계가 탄생한다. 21세기 들어 영화계에서도 인공지능의 미래세계를 영상화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가상 현실에 갇혀 사는 인간을 해방시키기 위해 인공지능 기계군단과 싸우고, 채팅 로봇을 의미하는 인공지능 말동무 '챗봇'과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2199년을 배경으로 워쇼스키 자매가 만들고 키아누리브스가 열연한 '매트릭스'에 등장한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자아의식과 감정을 지닌 존재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2013)의 여자 주인공 챗봇 사만다는 충격적이다. 이혼남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OS사만다에 홀딱 반해 사랑에 빠지고, 이별의 아픔까지 현실로 착각할 정도에 이른다. 이 외에도 '에이 아이'(2001), '아이, 로봇'(2004), '로봇 앤 프랭크'(2012), '트랜센던스'(2014), '터미네이터' 시리즈 등이 인공지능을 주제로 흥행을 이어갔다.

인공지능 등장으로 직업세계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영국 BBC는 4차산업혁명 도래로 위협을 받을 직종 15개를 보도한 바 있다. 텔레마케터 직업이 사라질 확률은 99%였으며 법률비서, 경리, 회계, 은행원, 보험사, 지역 공무원, 사서 등도 위기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4차산업혁명을 이끌 8대 유망직종을 선정했다. 스마트기계자동화, 스마트에너지제어, 바이오제약, 가상·증강현실 시스템, 드론 제작 관리운영, 스마트 금융시스템(핀테크), 스마트 팜, 스마트 자동차 등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로봇'이라는 두 글자가 붙은 영역을 미래 유망 자격증으로 꼽았다.

가상 세계에 머물 미래 인간의 삶이 현실세계의 참 맛을 점차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유용하지만 위험스러운 이면을 예측하면서도 인터넷과 인공지능 등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한편으로 가상세계에서 얻은 왜곡된 만족감이 우려된다. 가끔 사람처럼 대화하는 모바일 폰 음성인식 서비스의 '빅스비' 또는 '시리' 등이 영화 '그녀'의 '사만다'로 보일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