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유엔난민기구가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었다. 평상시 난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난민 문제가 비교적 사회적 현안으로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일 게다. 한국은 난민보호국 지위에 있으면서도 실제 난민수용률에선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세계 난민인정비율이 40%에 육박하지만 한국은 2% 정도에 불과한 100위권 밖이다. 그만큼 난민 심사와 인정 과정이 까다롭다.

최근 제주도의 무사증입국 제도를 이용해 들어온 예멘인들의 난민 신청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예멘인의 난민 신청은 지난해보다 13배 늘어난 549명으로 급증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 제주도에서 예멘인들의 입국을 막아달라는 의견이 비등하다. 예멘에는 2015년 발생한 내전으로 아동을 포함한 인구의 대부분이 굶주림과 공포에 처해 있다.
한국은 1991년 유엔 난민지위협약에 가입했고,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2013년 7월 독립된 난민법을 도입했다. 하지만 난민 문제에 배타적인 성향도 있다. 3년 전 시리아 내전에서 탈출해 유럽으로 가던 중 터키 해변에서 사체로 발견된 꼬마 아일란쿠르디 사건은 난민이 세계적 과제로서 무거운 인상을 남겼다. 공해상을 표류하다 목숨을 잃는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난민, 남미 국가 난민들의 미국 입국 거부 등 난민은 선진국들의 정치·사회적 현안이다.

현재 한국의 난민 심사는 인천공항을 비롯한 전국 9개 거점사무소에서 한다. 이 중 인천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해 전국 9942건의 23%에 달하는 2320건을 처리했다. 2016년에 비해 4배 증가한 업무량이다. 폭증한 난민 업무를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옥석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난민의 역사를 간직한 나라다. 아직도 중국 만주 길림성 간도에는 피폐한 조국을 떠났던 선조들의 삶이 남아 있다. 미국, 유럽 등지로 입양된 한국인도 많다. 한국은 '역지사지'의 난민 국가인 셈이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는 등 공포 때문에 거주국가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난민들에게 좀 더 온정의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