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정경부 기자
인천 항만업계가 20여년 간 해양수산부에서 근무한 '해양통' 박남춘 인천시장 당선인에게 거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역대 시장들이 해양도시란 인천의 강점을 키우지 못하고 수도권 도시로서 육상 개발 측면에만 치중해왔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박 시장 당선인을 통해 해소되기를 바라는 듯하다. 사실 6·13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 막을 올리기도 전에 이미 항만업계엔 '박 시장 대세론'이 공공연히 퍼져 있었다. 그 어느 분야보다 폐쇄성이 짙고 보수적인 곳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이례적 일이 아닐 수 없다. 항만업계가 이번 선거에선 정당을 떠나 오로지 인천항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능력과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는 후문도 있다.

박 시장 당선인이 앞으로 인천항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간단할 수도 있고, 대단히 어려울 수도 있다. 우선 인천항은 오래 전부터 정부의 각종 해양 정책에서 홀대를 받아왔다. 부산항과 광양항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투 포트' 정책에서 이제 막 벗어났다 싶었는데, 현 정부에서 부산항 중심의 '원 포트' 정책을 꺼내들면서 인천항엔 또다시 어둠이 드리우고 있다. 이런 우려 속에 박 시장 당선인이 대통령과 정부를 설득해 지지부진한 인천항의 숙원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고, 항만 인프라 확충 관련 국비를 확보한다면 항만업계의 박수갈채가 쏟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정부의 눈치를 보며 인천항이 홀대를 받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다. 다음의 사례에 비춰보면 단순한 기우는 아닌 것 같다. 지방선거 기간 인천의 한 시민단체가 박 시장 당선인에게 '해운항만산업 균형 발전 특별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이 법이 오히려 인천항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최근 10년 간 전국 무역항 가운데 국비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은 부산항이고 그 다음이 인천항이어서, 이 법으로 전국 모든 항만의 지원 규모가 같아지면 인천항이 지원받게 되는 국비가 되레 감소될 것이란 우려다. 이는 부산이 법 제정을 반대하는 논리와 같은 선상에 있다. 그러나 법 취지는 '부산에 쏠려 있는 정부 지원'을 전국 항만에 적정하게 고루 나누자는 것이다. 결코 계산기를 두드리며 국비를 인천항으로 당겨보자는 게 아니다. 그간 정부의 차별적 행태로 인천항이 받아온 서러움을 생각하면 박 시장 당선인은 법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법 제정에 힘을 쏟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게 맞다. 벌써부터 정부와 부산의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은 항만업계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꾸는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천항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구슬땀을 흘린 시장은 몇이나 될까. 박 시장 당선인의 노력에 따라 앞으로 4년 내 인천항엔 봄이 올 수도, 오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