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순 김포시시각장애인협의회 대의원 "이웃과 노래 나눔이 행복"
김포시시각장애인협의회 대의원으로 활동 중인 노래강사 이부순(58)씨. 김포에서 '작은 김연자(가수)'로 소문날 정도로 노래를 맛깔나게 잘 부르는 사람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녀는 시각장애인이다.

무대에 서면 환한 미소와 힘 있는 목소리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그녀는 빛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시력만 갖고 있다.

선천적 시각장애로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지금까지 32년째 우유배달 일을 하던 그녀는 10년 전 시력이 악화되면서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우유배달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평범한 두 아이의 엄마였던 그녀가 노래와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전 김포농협 노래교실에 나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아이들이 모두 결혼한 뒤, 피곤한 삶의 충전을 위해 아는 이의 손에 이끌려 남편 모르게 찾은 노래교실은 시각장애로 답답함과 어둠 속에서 살아 왔던 그녀를 밖으로 이끈 한 줄기 빛이 됐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노래는 위로가 되고 기쁨을 배가하는 묘약과 같은 것 같아요"
노래가 소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인간의 본능적인 언어적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녀는 노래와 가까워지면서 크고 작은 노래자랑에 나가 상까지 받기 시작해 많은 변화가 생겼다.

노래교실에 나가는 것을 모르던 남편이 든든한 후원자가 됐고 아이들의 격려는 그녀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불어 넣어 줬다.

각종 행사 때마다 노래를 불러달라는 요청이 올 정도로 유명인이 되면서 2년 전 한국예총김포시지회 추천을 받아 노래강사 자격증까지 받은 그녀는 지금도 남편과 새벽 우유배달 일을 하고 있다.

오전 1시30분에 일어나 4시간 정도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지만 시각장애인 우유장사 이부순씨의 또 다른 하루는 이 때부터 다시 시작된다.

김포시시각장애인협의회 대의원으로 장애인단체 행사에서 진행까지 맡고 있는 그녀는 일주일에 두 번은 경로대학과 경로당 노래교실 강사로 그리고 나머지 날에는 노래 봉사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지만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한 노래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금도 노래를 배우고 있어 자신 스스로가 "노래를 잘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그녀는 그래서 자신의 또 다른 삶의 일부가 된 자원봉사나 노래강사라고 부르는 것을 부끄럽다고 한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주변과 함께 나누고 자신과 이웃들이 위로받고 즐거움과 활력을 찾으면 된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음반을 내고 싶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노래로 자신감도 생기고 성격도 바뀌었고 가사 속에 사랑과 이별, 그리고 기쁨과 슬픔, 애절함이 녹아 있는 노래를 실컷 부르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녀는 노래의 참 의미를 아는 실력자다.

/김포=권용국 기자 ykkwu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