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재 이천시역사문화연구회장, 대학교 졸업 후 귀향
27년간 탐방·책 출판·문화재 발굴로 지역 알리기 매진
"이천에 숨겨진 소중하고 아름다운 동네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시민 모두가 알길 원했을 뿐입니다."

27년 동안 '이천지역 역사 알리미'를 차처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최석재(45) 이천시역사문화연구회장이다.

최 회장은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지역 역사해설자'로 변신한다. 초·중·고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이천시 역사 문화재를 알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역사탐방 활동을 떠난다. 이천시민이 지역 역사를 바로 알고 고장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자는 취지다. 최 회장과 함께 역사탐방에 나선 시민은 1500여명이 넘는다.

최 회장은 "요즘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지역에 대해 잘 아는 이가 드물다"라며 "우리가 사는 내 고장 이천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리고 싶어 시민과 함께 역사탐방 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동네 역사 알리기에 나선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이천에서 나고 자라다 고등학교 시절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다. 90년대에만 해도 이천은 큰 빌딩 하나 없는 시골이었던 탓에 학교에서 '이천 출신'은 최 회장 혼자였다. 이런 까닭에 최 회장은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 대신 늘 '이천'으로 불렸다. 항상 이천으로 불렸던 탓에 '이천'은 곧 '내 자신'이라는 생각을 갖고 지내왔다.

최 회장이 역사수업을 듣던 어느 날, 독립운동이 일어난 지역에서 이천시만 쏙 빠져 있었다. 당시 친구들은 '이천은 깡패만 유명하지 다른 역사문화는 없네'라며 최 회장을 놀렸다. 최 회장은 그런 친구들의 놀림이 굉장히 분했다고 한다.

최 회장은 즉시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서적을 일일이 뒤졌다. 최 회장은 이천시에서도 독립 만세 물결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 회장은 부끄러웠다. 독립을 위해 희생한 지역 선배들이 있는데 그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서다. 최 회장은 그날 '지역 역사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자'고 결심했다.

최 회장은 "대학을 마치고 이천으로 돌아온 뒤 도서관에서 서적을 보거나, 역사적 장소를 찾아다니며 공부했다"며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지역 문화 알리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같은 활동을 더욱 활발히 추진하기 위해 2012년 이천시 역사문화연구회를 만들었다. 또 이천시 역사 내용을 담은 2권의 책도 썼다.

현재 최 회장은 역사문화연구회원 20여명과 함께 숨겨진 지역 문화재를 발굴하거나, 시민들에게 이천 이야기를 전파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발굴한 문화재, 설화도 '장호원 개 비석(개 추모비)' 등 10여 가지에 이른다.

최 회장은 "청소년들은 성장기 환경에 대해 큰 영향을 받는 데 이천지역을 좋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며 "아이들이 문화재, 역사유적지 등 소중한 문화자산이 깃들어 있다는 점을 알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역사탐방에 나설 수 있도록 책 집필 등 여러 활동을 하겠다"며 "큰 역사적 유물을 아니지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문화재를 계속 찾아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