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점 확인 등 화재원인목격자 진술에 의존해야
▲ 인천항 오토배너(중고차 선적배 5만t) 화재사고 사흘째인 23일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선체에 구멍을 뚫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항 개항 이래 최악의 화재가 난 '오토배너(AUTO BANNER)' 호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해경이 "선내 11층에 있던 흰색 중고차에서 화재가 시작됐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그러나 오토배너 호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21일 오전 발생한 오토배너 호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23일 선박 관계자와 차량 선적 업체 관계자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경은 화재를 최초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갑판장 A씨로부터 "11층에 있던 흰색 차량에 불이 시작된 것을 봤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소화기를 들고 진화를 시도했는데, 차에서 연기가 너무 많이 나와 접근하는 것이 곤란했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토배너 호에선 수출용 중고차를 싣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행히 고박 작업자와 드라이버 등이 없던 상황이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선장 B씨는 사고 직후 언론에 "중고차 선적 작업을 하던 중 절반가량 화물선에 실었을 때 불이 났다"며 "화재 발생 연락을 받고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평소 훈련했던 매뉴얼대로 초기 진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6·19면

해경은 앞으로 B씨와 선주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화재 진화가 마무리되면 선내 진입해 소방당국과 합동 감식을 펼칠 계획이다.

문제는 오토배너 호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오토배너 호를 관리해온 선박 관리업체 K사 관계자는 "최신 선박들엔 CCTV가 있지만 오토배너 호는 워낙 오래된 배여서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향후 해경 수사가 목격자 진술 등에 의존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인천의 한 변호사는 "CCTV는 화재 현장에서 발화점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CCTV가 없다면 중고차가 2000대 넘게 실린 선박에서 사고 원인을 찾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이날 인천항만공사에서 열린 화재 관련 관계 기관 합동회의에서 불이 완전히 꺼진 이후에도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현장 감식에 최소 1개월이 걸릴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박범준·정회진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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