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선박 막바지 진화
"대응 매뉴얼 마련 시급"
▲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한 인천항 선박의 내부 사진이 공개됐다. 차량 뒤로 불꽃이 보이며 연기가 없는 왼쪽 사진은 화재 초기 모습으로 추정된다. 화재 발생 이후 선박 내부 차량들이 전소돼 있다(오른쪽). /사진=독자제공·인천소방본부 영상 캡쳐
인천항 1부두 중고차 대형선박 화재가 사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소방당국은 연기와 열기를 배출한 뒤 남아있는 불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형 선박에 따라 종류별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소방본부는 23일 오전 11시 1부두 현장에서 브리핑을 갖고 막바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5만t급 '오토배너호' 내부는 총 13층으로 이뤄져 있다. 현재 13층 선미 부근에 불이 남아있어 잔불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방본부가 열화상카메라로 조사한 결과, 이 부근의 온도는 섭씨 300도를 육박하고 있다.

소방본부는 열기와 연기를 빼낸 뒤 대원을 진입시켜 나머지 화재를 진화할 예정이다. 23일 오후 6시30분 현재 소방본부는 배 상단 개구부(출입구 등)를 모두 개방하고 연기와 열기를 빼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연기로 인근 주민들은 큰 불편을 호소했다. 인천시도 오후 3시30분쯤 '인천항 화재 선박 상부개방에 따른 연기확산. 외출자제 및 외출 시 마스크 착용 바랍니다'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는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소방본부가 직접 진입해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피해는 선박 10~13층 사이에 집중됐다. 소방 관계자는 "차량이 타면서 발생한 고열로 철판이 녹거나 변형되는 피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사고를 계기로 매뉴얼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본부는 지난 21일 화재 발생 직후 초기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활로는 화재발생 3시간 후 선체에 구멍을 내면서 열렸다. 만약 선체를 빨리 절단할 수 있었다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인천항을 드나드는 선박이 대형화 추세를 이루고 있는 만큼 상황 발생 시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 항만 관계자는 "자동차 운반선은 규모가 크고 미로 같은 구조인데, 소방관들이 배 구조를 익히고 훈련을 벌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자동차 운반선을 대상으로 한 화재 훈련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 만약 구조를 알고 있었다면 신속한 선체 절단으로 빨리 진화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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