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유일한 옹진군 백령도의 사곶해변 천연비행장이 활주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주민들은 해변 인근 간척사업 탓에 해변 바닥이 물러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한다. 옹진군은 급기야 사곶해변 천연비행장 환경조사용역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조사를 통해 천연비행장 지지력을 측정하고, 표면도 점검해 전보다 단단함과 견고함이 변화했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천연비행장 근처에서 간척사업을 벌이면서 모래층이 점차 물러져 활주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단단한 모래층을 형성해 천연 활주로로 이용되기도 하는 사곶해변이 그 기능을 잃고 있다는 공군본부의 조사결과도 얼마 전에 나온 상황이다. 군(郡)이 뒤늦게나마 천연비행장 실태를 여러 모로 살펴 보겠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천연비행장을 이루고 있는 '모래 갯벌' 상황이 나빠진 때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지(264만4628㎡)와 담수호인 백령호가 생기면서부터다. 바닷물 흐름이 이전보다 완만하게 되면서 단단한 모래층이 '무른 갯벌'로 바뀌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제는 군용기는커녕 차도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날로 악화하고 있다고 한다. 군은 이런 문제를 감안해 간척사업으로 인한 천연비행장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백령도 사곶해변과 같은 천연비행장은 세계에서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과 함께 단 두 곳뿐으로 알려져 있다. 사곶해변에는 1970년대 때까지만 해도 실제로 군용기가 오르내렸다고 한다. 비상시 군사 목적의 비행기 활주로로 이용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그런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해 1997년 사곶해변을 천연기념물(제39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사곶해변은 보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썰물 때면 길이 2㎞, 너비 200m의 사빈((沙濱·모래가 평평하고 넓게 퇴적되어 만들어진 곳)이 나타나는 사곶해변은 환경학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보물'과도 같다. 훼손된 사곶해변을 되살릴 '역간척' 등의 방법을 다각도로 찾아야 한다. 우리는 중요한 '유물'을 후손에게 남겨줘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지 않은가. 옹진군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