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뒤 '공공 공지' 지정
산책로·주민 휴식공간 변모
땅 주인은 유일한 농사 통로
금지된 車 출입이 다툼 불러
시 잇단 중재실패로 '골머리'
도시공사 허술한 계획 '뭇매'
▲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주민들과 담장 너머의 땅주인들이 '차량 진출입 허용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2일 오후 해당 아파트 옆으로 차량이 드나드는 주민 산책로(왼쪽)가 보이고 있다. 산책로 옆으로 입산금지 현수막(아래 사진)이 걸려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수원 광교신도시 한 아파트 주민들과 담장 너머 마주한 땅주인들이 '차량 진출입 허용권' 등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를 둘러싼 민간소유 땅, 도로 미조성 등 허술한 광교신도시 건설 계획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광교신도시 A아파트 300여 가구 주민들이 아파트와 맞닿은 땅주인과 다퉈 국민권익위원회와 시의 중재가 진행 중이다.

땅주인 5명이 아파트 정문 동쪽 약 250m 직선으로 차량 진출입을 시도한 게 다툼의 발단이었다.

해당 길은 보행자의 통행과 주민의 일시적 휴식공간인 '공공 공지(公共空地)'로 지정됐으며, 지난해 2월 아파트 입주 후부터 주민들의 산책로로 조성됐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땅주인들이 소유한 땅으로 갈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했다. 농사를 지어야 했던 땅주인들은 결국 지난해 말부터 수차례 차를 갖고 들어왔다.

공공 공지 내 차량 출입은 엄연히 금지돼 있다. 특히 이 과정 속에 산책을 하던 주민들이 깜짝 놀라 넘어지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입주자대표회의가 반발하고 나섰다.

반면 땅주인들은 재산권 침해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양측의 분쟁 과정에서 민원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자 지난해 12월부터 권익위를 비롯, 시가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해결방안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시의 조사결과 주변 산을 깎아 도로를 내거나, 주민 산책로를 폐쇄하는 것 외에 사실상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접경지역에서 땅주인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산림을 조경한다거나 각종 소음이 배란다로 전달되는 이유 등으로 이들 관계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결국, 광교신도시 개발시행자였던 경기도시공사가 뭇매를 맞고 있다.

건설 당시 주변 민간 땅까지 고려한 설계가 없었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실제 해당 아파트 단지는 3면이 민간 땅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아파트-땅주인 간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될 우려가 나온다.

아파트 한 주민은 "산속의 쾌적한 전원생활을 테마로 아파트를 짓는다고 발표해놓고, 정작 산속의 땅은 그대로 놔두고 추진한 경위를 모르겠다"며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모양새"라고 주장했다.

광교신도시는 2010년부터 경기도시공사를 주축으로 택지개발이 이뤄졌고, 공동사업시행자인 수원시가 현재 대부분 시설을 인수인계 받았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과거 도·수원·용인 등 공동시행자와 회의 결과, '도시연담화' 등 문제로 사업지구 경계 도시개설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민간 땅은 편입사유에 해당하지도 않고, 진입로는 공공공지로 통행하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시는 잇단 중재 실패 후 골머리만 앓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과거에는 땅주인들이 마음대로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가 택지개발 이후에 공공공지로 변해 문제가 됐다"며 "양쪽 입장을 감안해 출입증을 발부한 일부 차량만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그마저도 실패해 해결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