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성 농협경주교육원 교수
최근 주위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정신 질환을 꼽자면 단연 '우울증'일 것이다. 우울증은 감정, 생각, 신체 상태 그리고 행동 등의 다양한 변화를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심각한 정신 질환이다.
일시적으로 느껴지는 우울감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의지로 이겨낼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270년 전 연암 박지원은 조선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없는 우울증이 10대 때 왔다.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거기서 분뇨 장수, 이야기꾼, 도사, 건달 등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기이한 인생 역정에 귀를 기울였고, 그러면서 그들 모두와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뜻만 맞으면 이 세상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어 우울증이라는 질병이 오히려 덕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먹고 사는 문제는 나아졌지만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더욱더 자살률도 높아지고 고독,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실지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경로는 첨단기기로 인해 많이 다양해지고 편리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뉴스에 나오는 수많은 사건 사고도 더욱더 잔인해지고 비인간적이다. 왜 그럴까?
나부터도 8살 쌍둥이 딸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책을 읽어, 특기를 살려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등의 말들은 많이 했지만, "좋은 친구를 만들어라"고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친구와 우정의 소중함을 잊고 지낸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을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신은 모두를 치유할 수 없기에 친구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정과 성공적인 인간관계라는 영국 포드사비 박사팀의 연구 결과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더라도, 희노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결코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진정한 친구는 가장 축복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친구를 얻기 위해 가장 적은 노력을 한다.- 라 호슈푸코-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 우정을 열심히 정성껏 가꿔야만 하겠다.
지금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친구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해야겠다. 공부해라 잔소리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