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 버스 측면에 부딪힐 것까지 예상해 이를 피해서 운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3단독 차주희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5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시내버스 운전기사이던 A씨는 지난해 12월5일 밤 11시21분쯤 화성시의 편도 3차로 도로 가운데 버스전용차로인 1차로에서 운행하던 중 보행자 신호가 아님에도 횡단보도에 들어선 B(49)씨를 버스의 우측 출입문 뒷부분으로 들이받았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달 22일 숨졌고, 검찰은 A씨가 횡단보도에서 속도를 줄이고 전방 좌우를 살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A씨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그러나 A씨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차 판사는 "운전자에게는 전방과 좌우를 잘 살펴 안전하게 주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주행 중인 차량의 측면 인도에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거나 차량의 측면 중간 부분에 부딪힐 것까지 예상해 이를 피해서 운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고는 피해자가 사고 발생 몇 초 전 횡단보도를 건너 인도에 서 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버스에 부딪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사고를 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