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위원
▲ 김진국 논설위원
영화배우 최민식을 만난 건 지난 2004년 5월 프랑스 '깐느'(칸, Cannes)에서였다. 헌칠하고 날렵한 '꽃미남'이었던 시절이다. 최민식은 우수에 가득찬 눈빛의 소유자였다. 그는 입보다는 눈으로 길게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잖아도 2001년 인천을 무대로 한 '파이란'(감독 송해성)이란 영화를 본 뒤 그의 열렬한 팬이 됐던 터였다. 푸른 밤하늘 아래, 새하얀 보트 위에서 그와 나누는 칵테일 한 잔은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최민식은 당시 영화 '올드보이'가 5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면서 박찬욱 감독과 함께 레드카핏을 밟았다.

아내와 딸을 데리고 온 '올드보이'의 제작자 박찬욱 감독과의 저녁식사도 매혹적이었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영화계의 거장과 함께 나누는 저녁식사 자리라니…. 세계 영화계의 흐름, 한국영화의 미래에서부터 유럽과 할리우드의 영화헤게모니 싸움 등 그와 나누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지중해에서 갓 잡아올린 아이 손바닥만한 홍합이 얹혀진 파스타는 대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올드보이'는 결국 공식경쟁 부문에서 2위 격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의 '화씨911'이 다큐멘터리여서 극영화인 '올드보이'는 사실상 1위나 다름없는 성과였다.
칸국제영화제는 1895년 영화를 처음 발명한 뤼미에르형제의 나라인 프랑스의 자존심이다. 영화를 처음 발명했으면서도 점차 거대자본의 할리우드에 밀리던 프랑스는 1946년 제1회 칸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면서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이후 유럽예술영화의 부흥을 부르짖으며 상업영화인 할리우드에 맞서 영화제를 열어오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9일까지 진행하는 '제71회 칸영화제'에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부분에 이름을 올렸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린시절 동네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을 소개받으며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다. 그의 칸 진출은 '밀양'(2007)과 '시'(2010)에 이어 세 번째며 '시'는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감독이 문화관광부장관 시절이던 2003년 5월 칸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의 97년 작 '초록물고기'를 보며 영화가 이 정도는 돼야 재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영화의 계절인 5월, '버닝'의 선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