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난 누구? 여긴 어디? 가족인데 이상하게 낯설다!' 몇 년 전 개봉한 코미디 가족영화 포스터의 카피 문구다. 가족 정체성이 무너진 한국사회의 가족갈등, 가족해체 현상이 고조되고, 가족구조 변화가 가파르다. 가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살아온 가족중심주의가 변모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친족관계 성폭력 범죄가 증가한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도 가족을 포함한 '아는 사람'이 63.3%로 나타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인터넷 가상공간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사이버 팸'(cyber-family)이 등장한 지 오래다. 간혹 가출청소년들이 팸 멤버와 모여 살면서 원조교제 등의 반사회적 범죄에 노출된 사례들도 있다.

생존 공동체로서 가족 집단주의가 무너지고, 자유를 우선하는 개인주의 문화가 파급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는 1936만7696가구(2016년 기준)다. 이 중 1인가구는 539만7615가구로 전체의 27.9%를 차지하며,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가족해체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6년에는 1인가구 비중이 가장 클 전망이다. 미혼 청년가구 또는 독거노인 1인가구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소형 셰어하우스와 고독사 예방을 위한 맞춤형 공공주택 등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가족 형태가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한국의 가족구조는 가족성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가부장권으로 형성됐다. 이를 중심으로 가계를 잇는 부자관계를 비롯해 부부·고부·부녀·모자·모녀관계 등을 맺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은 과거와 달리 한부모·미혼모·무자녀가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혼·국제결혼·입양에 따른 가족이 구성되고, 노인가족도 급증하는 시대다. '기러기 가족'도 있고, 맞벌이 부부, 주말부부 가족으로 생활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가 하면 가족과 사회가 해결해 나아가야 할 아동·노인학대, 성폭력 등 다양한 가족붕괴 현상도 부상한다. 특히 가족의 기능이 쇠퇴하면 인구절벽에 선 대한민국의 저출산 현상도 개선되기 어렵다.

5월,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여기저기서 패륜적 가족갈등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간은 사회화를 통한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가족은 건강한 제도로서 유지돼야 한다. 연휴 전날, 돈보다 가족의 의미를 일깨운 <미쓰 와이프>를 케이블TV에서 봤다. 대가족의 서사시, 프랜시스포드 코폴라 감독이 제작한 3부작 <대부>에 펼쳐지는 콜레오네 패밀리의 가족 사랑도 볼 만하다. <길버트 그레이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황혼 Dad> 등의 외화도 가족갈등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영화 심리치료요법의 소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