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가장 따뜻한 인간의 위로와 반가움의 인사는 포옹이다. 포옹은 희로애락을 담아낸다. 그런데도 따뜻하고 격정적인 포옹의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해 19대 대통령선거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은 프리허그 마케팅을 펼쳤다. '사전투표율 25%를 상회하면 홍대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퍼포먼스도 이루어졌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5·18희생가족 등을 포옹으로 위로했다. 이번 남북 정상의 판문점 포옹이 국민들에게 역사적 포옹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포옹은 서양식 인사 예절이다. 영화 <버킷리스트>에 등장하는 포옹은 가족과의 재회였다. 에드워드(잭 리콜슨 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는 결국 외면했던 가족으로 돌아가 자신의 딸과 포옹하며 나누는 키스였다. 정치적인 포옹은 자주 연출되고 있고, 스포츠 현장에서도 포옹의 감격은 곧잘 재현된다.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 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 선수가 달려가 히딩크 감독과 나눈 격정의 포옹은 인상 깊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남북 선수들의 승리와 패배가 포옹으로 수용됐다. 지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장소에서 터진 포옹의 울음바다는 한반도의 비극을 그대로 노정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프리허그 이벤트도 종종 열리고 있다. '각자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 알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프리허그 운동은 21세기 벽두의 화제였다. 유럽식 인사는 볼 뽀뽀로 애칭되는 '비쥬'(bisou)다. 독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만나면 서로 비쥬를 나눈다. 자칫 남녀 간 비쥬 의식이 빠지면 소원한 관계로 오해되기도 한다. 미국식 인사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악수와 포옹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결속을 다진 바 있다.

인사예절과 풍습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의 형식으로 표현된다. 인사는 상대방과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바람직한 규범이다. 동양에서 인사예절은 신 앞에 제물을 올리고 엎드려 절하며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기복(祈福) 행위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선 목례, 거수경례가 전통적인 인사였지만 서양의 악수와 포옹 등이 통용되는 시대다. 어려울 땐 어깨를 도닥여 위로하고 반가울 때는 가슴을 대고 포옹으로 맞이한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최고의 인사를 나눴다. 만나고 헤어지며 손을 잡고, 포옹했다. 7600만 한민족과 740만 해외동포를 기쁘게 할 '4·27 판문점 선언'은 남북 정상의 버킷리스트인 셈이다. 갈 길은 멀지만 시작이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