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수산물이야기]4 가자미
▲ 가자미/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 구자근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가자미는 옛날에 '접어'라고 했으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접역'이라 불렸다. 접역이라는 말은 가자미 '접', 나라 '역(域)'이라는 말로 '가자미 나라'라는 뜻이다. 이는 예전부터 우리나라 근해에서 가자미가 많이 잡혀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물고기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자미를 비목어(比目魚)라고도 했는데, 비목어는 눈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마리가 좌우로 달라붙어야 헤엄을 칠 수 있는 물고기라고 했다. 비목동행(比目同行)이란 말이 여기에서 비롯됐다.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고 늘 함께 다닌다는 말이다.

가자미의 눈은 보통의 물고기와 다르게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있다. 신기한 것은 알에서 깨어나 어린 물고기 일 때는 양쪽에 눈이 하나씩 달려 물속을 다니지만 성장하면서 바닥에 앉을 때까지 오른쪽으로 돌아가 합쳐진다. 가자미는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반대로 넙치는 왼쪽으로 돌아가 눈의 위치에 따라 가자미인지 넙치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눈이 돌아가는 것과 관련, 재미있는 설화가 있는데, 가자미는 전처 자식을 미워하던 계모가 죽어서 태어난 생선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 전처 자식에게 눈을 흘긴 까닭에 눈이 한쪽으로 돌아간 사람이 죽어서 태어난 것이 가자미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데, 가자미란 어원에서와 같이 '갖(거짓)+어미'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됐다.

우리 속담에서도 "상제가 울어도 제상에 가자미 묻어 가는 것은 안다"는 말이 있다. 정신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제 속셈은 다 있다는 의미다. 또 "가자미 눈으로 본다"는 말도 있다. 옛날 조상들은 항상 오른쪽을 바른 쪽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른 쪽에서 왼쪽으로 흘겨보는 눈이란 말이며, 화가 나서 옆으로 흘겨 본다는 의미다.

가자미는 음식으로도 국가를 대표한다. 가자미식해는 추운 겨울 이북지방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가자미를 소금에 절여 좁쌀과 고춧가루를 섞어 삭히는 전통 발효 음식으로 인기가 좋다. 가자미는 회로 먹고, 구이, 찜 등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가자미가 성질이 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허약함을 보충하고 기력을 보강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슘과 껍질의 콜라겐 성분이 있어 몸에도 좋은 영양만점 수산물이다.

'가자미 사촌'이란 말이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가자미와 넙치는 불같은 성격 때문에 아웅다웅 서로 다투는 일이 많았다. 어느 날 아름다운 유리구슬이 가자미와 넙치 집의 중간에 떨어지자 유리구슬을 값진 것으로 생각하고 가자미는 오른쪽으로, 넙치는 왼쪽 자기집 방향으로 힘껏 당겼다. 너무 힘을 쓰다 보니 오기가 생겨 눈에까지 힘이 들어갔다. 이때 문어가 무슨 일인가 구경하러 와보니 가자미와 넙치사이에 자신의 동생이 있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동생(유리구슬)을 안고 갔다. 가자미와 넙치는 문어에게 유리구슬을 뺏긴 후 신경질이 나서 서로의 집에 들어가 며칠을 앓아 누운 후 가자미가 외출 준비 하려고 거울을 보니 자기 눈이 오른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밖에 나가 넙치를 만나 보니 넙치의 눈도 왼쪽으로 몰려 있는 것을 알았다. 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은 눈이 한쪽으로 몰려 자신들을 노려보는 가자미와 넙치를 싫어해 같이 놀아 줄 친구가 없어서 가자미와 넙치는 서로를 위로하며 사는 사이좋은 사촌이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옛날 우리 조상들은 가자미의 여러 가지 설화와 해학 등을 재미있게 표현했고 그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지금 서해 봄 바다에는 가자미가 풍년이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고 이야기했던, 영양 좋고 맛도 좋은 가자미 요리를 꽃피는 봄을 맞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구자근 인천수산자원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