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옥스퍼드 사전은 2016년 올해의 낱말로 '탈(脫) 진실(post-truth)'을 꼽았다. 배경은 그 해 미국이 치른 대선. 선거과열로 억측과 루머가 들끓었고, 가짜뉴스(fake news)로 가공돼 진실을 덮었다. 이렇듯 거짓이 진실을 가린 상황을 점잖게 '탈 진실'이라 일컬었다.

사전은 탈 진실을 '개인적 믿음이 객관적 사실(objective fact)보다 여론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상황'이라 정의한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 사회에도 가짜뉴스가 널리 번진다. 물론 과거에도 풍자·해학에 기대 상황을 비틀고 거짓으로 공격·선동하는 일은 흔했다. 하지만 거짓이 '뉴스'라는 가면을 쓰는 일은 드물었다.
이런 상황은 일차적으로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서 왔다. 아무나 쉽게 쓸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과 SNS·메시징 서비스. 하루 만에 '창간'할 수 있는 인터넷신문 등을 통해 쏟아지는 말과 글들. 이 모두 진실이길 바라긴 어렵다.

기술 발전은 사회적 병리현상을 가속화한다.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 동호회는 물론 '친구' '팬'등으로 이뤄진 '같은 것들의 집단'들. 구성원들은 같은 정보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오가는 말과 글 또한 같은 맥락의 입맛 맞는 것들뿐이다. 넘치는 '단 것'들로 신념은 더욱 단단해진다.
그럴수록 다른 이들의 다른 견해를 향한 적대감은 증폭되기 마련이다. 결국 집단적 극단화로 치닫는다. 이를 '사회적 폭포현상'이라 하는데,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는 확증 편향이며 '다른 것들의 추방'이다. 덩달아 소통이나 다양성은 뒷걸음친다. 이 쯤 되면 인터넷은 소통기재 아닌 난장(亂場)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가 더욱 범람한다. 예상된 바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이 가짜뉴스대책단 운영에 나섰다. 취지야 알겠다만 뒷북이며 헛짚었다.
가짜뉴스를 향한 사법 제재야 제한적으로 먹힐 수 있겠지만, 주권자 표현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 그러니 남 탓 말고 가짜뉴스 양산의 최적 환경인 정치권부터 쇄신해야 한다. 집안 깨끗하면 해충이 꾀지 않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