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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밀물] '러너스 하이'      

정기환 논설실장

2018년 03월 19일 00:05 월요일
엊그제 꽃샘추위에도 불구, 봄은 봄이다. 꽃소식이 늦은 인천이지만 초목마다 새순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우리네 가슴에 술렁거리는 봄바람도 어찌 할 수가 없다. 바야흐로 '시즌 오픈'의 춘삼월이다. 등산, 골프, 낚시, 마라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부산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마라톤만큼 그 기원이 널리 알려진 스포츠도 없다. 2500여년전 그리스의 한 병사가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 달려서 승전보를 전했다는. 그 외롭고 힘든 스포츠가 선진국 문턱의 한국에서 만발하고 있다. 처음 건강을 생각해 시작했다가는 거의 미치는 수준의 '마니아'가 된다. 한 지인은 한겨울에도 주말 새벽마다 인천대공원에서 동호회 훈련을 쉬지 않는다. 시즌이 열리면 주말마다 마라톤대회를 따라 방방곡곡을 떠돈다. 4월 한달 간 열리는 마라톤대회만 도 70여개에 이른다니 연중 얼마나 많을지. 마라톤은 자기완결형 운동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두 발 외에는 어떤 도구도 이용하지 않고서 42.195㎞를 극복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 고행의 수렁으로 되풀이 이끌어내는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보통 30분 이상 달릴 때 얻어지는 도취감, 혹은 달리기의 쾌감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1분에 120회 이상의 심장박동수, 엔도르핀 분비 등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느낌',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 '모든 것이 아름다워지는 순간' 등으로 표현된다. 어떤이는 오르가즘에 비유하기도 한다. ▶한번 '러너스 하이'가 다가온 적이 있다. 수년 전 어느 가을, '가을의 전설'을 내세우는 한 마라톤대회의 풀코스에 도전했다. 10㎞까지만 뛰어본 주제에 느닷없이 호승심이 발동한 결과다. 과연 30㎞를 넘어설 무렵 까닭없이 '눈물이 흐르며 기뻐 오르는' 구간이 찾아왔다. 아 이런게 그것이었구나. ▶인천에서는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가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 25일 문학경기장에서 2만5000여명의 선수·동호인들이 모여 또 한번 '인천의 전설'을 기록하게 된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함께 시작돼 18회째를 맞았다. 국내 최상급 메이저대회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개장된 올해는 마라톤잔치에 '스포테인먼트'를 접목하는 등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경칩날 개구리가 잔뜩 오무린 뒷다리를 힘차게 뻗듯이 '인천국제하프마라톤대회'를 찾아 새봄을 축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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