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산 동구 화수1화평동 경로당 회장
얼마 전 며칠 동안 연일 강추위에 우리 경로당을 찾던 어르신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아파트단지 내 경로당과는 달리 우리 같은 구립 경로당은 회원 어르신들이 넓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관계로 연로하신 어르신들께서는 경로당까지 오시는 것조차 불편해 하신다. 좀 날씨가 풀린 오후 경로당 근처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공원 내 양지바른 쪽으로 어르신 대여섯 분이 앉아 대화를 하고 계셨다. "어르신들 왜 추우신데 여기 계세요? 바로 밑에 경로당에 가시면 따듯하고 TV도 보시고 커피도 드시면서 말씀을 나눌 수 있는데요." 그런 얘기에 어르신들이 일순 조용해진다. 그리고 한 분이 "이 나이에 경로당은 무슨 어∼흠!" 한다. "왜요 어르신?" "늙은이 소리 듣기 싫어서 아직은 경로당에 갈 생각 없소."

얼핏 보아도 칠십은 넘어 보이는 어르신이다. 얼마 전 어느 일간신문에서 본 기사가 생각났다. 요즘은 75∼80세는 되어야 스스로 노인으로 받아들인다는 얘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경로당에서도 70초반 어르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75세 후반에서 80이 넘는 분이 주를 이른다. 요즘 65세가 넘으면 정부에서 노인 대접을 받는다. 노령연금을 받고 전철도 무료로 이용하고 고궁에도 무료입장한다. 각종 의료혜택도 받는 등 많은 노인대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이런 분에게도 노인이라는 호칭은 반가워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 노인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그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유권자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이해타산에 곧 사문화하곤 한다. 그러니 젊은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세금 문제가 불만이다.

얼마 전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일자리 차원에서 지원자를 신청하라는 공문을 받았는데, 만 65∼75세 미만이라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우리 경로당에 73세이신 회원을 추천하려 했더니 벌서 마감됐다고 한다. 거기에 대기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알아보니 거의 70대 미만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하긴 보수도 좋고 어느 정도 활동이 요구되는 도우미 일자리인 만큼 이해된다. 우리 경로당에는 해당되지 않는 일자리인 것이다. 이 또한 탁상행정이 아닌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덧붙여 말하자면 노인 일자리행정에 경로당 회원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한다고 하면 경로당 운영에도 좀 더 젊은 65세 후반 어르신 모임으로 활기를 띠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은 각 경로당에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그만큼 어르신에 대한 정책도 많고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적극적이다. 노래교실이 있고, 건강체조도 있고. 치매예방교육도 있고 안마시간도 있고, 거기에 각종 운동시설도 있지만 참여하시는 어르신이 그리 많지가 않다. 이러다 보니 참여율이 저조하다. 그런 가운데에도 구마다 운영하고 있는 복지관에는 많은 어르신이 찾는다. 물론 경로당에 나오는 어르신에 비해 젊은 노인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정작 경로당에 오는 노인들은 복지관에 가기도 힘겨운 어르신들일 것이다. 오죽하면 70대 중반 어르신이 경로당에 가면 나이 많으신 분 심부름꾼이 된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정말 이쯤에서 노인 연령을 재조정하는 시책을 한번 심도 있게 생각해 볼 단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