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새로운 '건'이 터져나오는 미투 운동이 마침내 여의도까지 불길이 번졌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투의 대상이 됐다.
한 여성 사업가가 "노래방에서 민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나온 것이다. 민 의원은 보도가 나오자마자 의원직 사퇴를 밝혔다. 사실관계가 어떠했든지간에 공인다운 처사다. "성추행 의혹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구차하게 사실관계를 다투는 모습으로 비취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책임을 지는 의원이 나오는 게 당의 입장에도 더 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접는 것은 물론이고 공직생활에서 모두 물러난다고도 했다. 한 여대생의 미투 폭로에 대해 "그 날 그 호텔룸에 갈 시간이 없었다"며 시간대별 알리바이를 꾸려 내놓는 여는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 이혼한 전처측의 부정청탁 의혹을 제시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전 청와대 참모의 대응과도 크게 대비된다. 공인이란 그런 것이다. 평소의 언행과는 너무 다른 과오가 불거져 나오는 자체에 책임을 느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곧 이어 줄을 잇고 있는 소속 당의 사퇴 만류 행렬은 또 한번 우리 국회와 정치권의 수준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사실관계 규명이 먼저라며 사퇴 철회를 요청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교섭단체 논의가 관례라며 즉각 수리할 뜻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폭로된 내용만으로 볼 때 의원직 사퇴까지 갈 일이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사퇴의사를 표명한 마당에 어떡하든 어물쩍 넘겨 보겠다는 모습에 국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사퇴 만류 파동은 두가지 이유로 분석되는 듯 하다. 하나는 잇따른 의석 손실로 제1당에서 밀려날까 하는 우려라고 한다. 그렇다고 큰 물결을 거스르면서까지 의석 수를 지키는 것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당은 노래방에서의 추행까지는 괜찮다'고 밝히든지. 또 하나는 여의도로 번져오는 미투 운동에 대해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미리 방패막이 선례를 만들려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이는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