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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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평창에서 벌어졌던 동계올림픽 역시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과 기쁨을 안겨주었지만, 아쉬움과 실망을 남긴 장면도 없지 않았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경기에서 세 명의 선수가 모두 함께 결승점을 돌파해야 하는 단체경기인데도 선수 두 명은 진작에 앞서 들어왔는데 한 선수만이 뒤에 처져 혼자 들어왔다고 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곪아 터진 것으로 대표팀 안에서 특혜와 차별이 불거진 데다 선수들이 함께 제대로 훈련을 못한 채 경기에 나서야 했던 것이 문제가 된 듯하다. 그렇다 보니 경기에서 다른 선수를 배려하지 않고 혼자만 앞서나간 선수뿐만 아니라 기량이 떨어져 뒤에 처진 선수에게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동료선수를 버려두고 자기만 먼저 결승점에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언론과 국민들에게 혹독하게 비판을 받아야만 한 선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 국민은 어디를 가나 모임을 만들어 단체 활동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게다가 요즘은 밴드나 카톡 같은 무선통신이 발달해 초등학교로부터 대학 동문은 물론 동호인들끼리 모이는 모임이 간편하게 만들어져서 여기저기에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모임에 끼어 있지 못하면 남들에게 소외되어 나만 외톨이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 한다거나 모임에서 혼자만 잘난 척하며 튀는 것에 대해 유난히 거북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우리에게 이 같은 전통이 생기게 된 것은 예로부터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서 살아가야 했던 농경민족에게 더욱 확연하게 나타나는 문화적 특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이미 농경사회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능력을 자유로이 펼치는 것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동차나 선박, 반도체산업 같은 것으로 먹고사는 산업사회로 탈바꿈하였는데도, 개인보다는 사회를 중시하는 전통적인 농경사회의 습성이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요즘도 선거 때만 되면, 알게 모르게 하는 말 가운데 "우리가 남이냐"라며, 그저 같은 고향이라서 아니면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을 대신하여 사회를 위해 공정하게 일해야 할 후보자를 그냥 찍어주는 일이 새삼스럽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혈연이나 학연 등에 발목이 잡혀 나라의 앞날을 그르치게 하는 주범이라고 하면서 이러한 병폐를 뿌리 뽑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때만 되면 터져 나오지만, 어느 날에나 그런 우려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질지 요원하기만 하다.

공자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 하는가에 대하여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군자는 남과 조화롭게 어울려 지내고자 하지 같아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소인은 남과 같아지려고는 하지만, 남과 조화롭게 어울려 지낼 줄을 모른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고 하였다. 공자의 이 말처럼 이제 우리 사회는 모두 그저 똑같아져야 한다는 명분을 빌미로 이리저리 우르르 휩쓸리는 일이 없이 각자 고유한 개성을 존중하면서 다른 사람과도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