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얼마나 될까. 100대 64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시간제 일자리의 78.2%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여성의 지위도 낮아 적은 임금을 받으며 쉽게 해고되는 게 현실이다.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08년 3월 8일 1만5000여명의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모여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불에 타 숨진 여성 노동자들을 기렸다. 이들 여성 노동자는 하루 10시간이 넘는 가혹한 노동시간과 작업환경 개선,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여성의 날'은 이렇게 시작됐다.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직업 환경개선을 위해 생존권과 인간답게 살 권리를 달라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기 위해 UN에서 제정했다. 한국에선 1985년부터 매년 이날을 전후해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한다. 올해 국내 여성운동은 연일 터지고 있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영향으로 반향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주최해 '하나의 함성!'을 주제로 열린 8일 행사에선 '미투' 운동 지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 근절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결의했다. 인천지역 여성단체들도 정부에 성별 임금 격차 해소와 직장 내 성폭력 근절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여성노동자회·민주노총 인천본부·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는 7일 남동구 신세계백화점 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근로자의 52.4%가 비정규직이며 이 중 40%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한다"며 이런 요구를 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 임금·직무 배치·승진에서의 '유리 천장' 등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먼저 공공부문에서의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시행하고, 사회 서비스 사업에서 최저임금을 꼭 지켜야 한다. 직장 내 성폭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성폭력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제대로 조사·징계를 하지 않은 채 끝나거나 오히려 직장을 그만두는 등 2차 피해를 보기도 한다. 권력과 위계 구조 아래서 발생하는 성폭력과 인권침해 등이 하루빨리 없어지는 사회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