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길이 거세지면서 마침내 지역사회에서도 '나도 당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최근 불거진 부천시 고위직 인사들의 성추행설이 그렇다. 부천시여성연합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의 대표적 문화행사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부천만화축제위원회 등 관련 전·현직 인사들의 성추행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리에는 성추행 피해 당사자인 전직 프로그래머 유지선씨도 참석해 피해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유씨는 2013년 11월 영화제사무실에서 당시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며, 이후 3년 뒤에는 영화제 임원과 지역신문기자, 영화제 담당부서 과장 등이 함께 한 술자리에서 2차 피해를 당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씨는 이들이 "유씨가 성추행 피해를 빌미로 고용상태를 유지했다"는 등의 발언을 해 더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영화제 관계자의 이런 발언은 부천시여성연합회가 기자회견에서 지적한대로 유씨에 대한 '제2의 성폭행'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아울러 영화제 등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주요 관계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보호나 진성규명, 유사 사건 방지 등에 노력하기보다는 되레 피해자에게 또다시 깊은 심리적 상해를 가했다는 점에서 절대 그대로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본다.

사건 이후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볼 때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거나, 무조건 덮고 은폐하려는 부천시나 영화제 등 관련 기관들에게 기대할 것은 더 이상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단 한 가지.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명명백백하게 가리고, 가해자들은 그에 따른 응분의 처분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공의 영역에서 벌어진 추악한 범죄행위를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했거나, 적극적으로 은폐·왜곡하려 한 고위 관계자들 역시 공범자라는 점에서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관련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아울러 부천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대책은 이번 사건이 치밀하고 엄중하게 다뤄질수록 효력을 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