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 육군 17사단 하사, 차량 전복사고 목격
응급조치· 119에 인계 … "군인이 할 일 했을 뿐"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본분 때문일까. 젊은 군인은 교통사고 현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육군17사단 3경비단 여단포중대 선임분대장 정재환(20) 하사의 이야기다.

정 하사가 사고를 목격한 건 지난달 21일 오전 7시30분쯤. 철책 경비작전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참이었다. 정 하사는 인천 중구 영종도 공항북로 삼거리 근처를 이동하던 도중 도로 중앙 가드레일과 충돌한 뒤 우회전 진입로에 전복한 사고자 윤준영(42)씨의 차량을 발견한다.

"학창시절 앰뷸런스에 실려 가는 환자를 본 적이 있어요. 그때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지나갔습니다. 일단 차량을 세우고 다친 분이 있는지 바로 확인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윤씨는 곳곳에 타박상을 입고 팔과 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정 하사는 수건과 물을 꺼내 상처를 지혈한 뒤, 윤씨를 작전차량으로 옮겨 안정시켰다. 자칫 차량 폭발과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교통정리도 유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은 윤씨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했다. 당시 이송에 참여한 관계자는 "동이 트지 않은 새벽시간이라 추가 사고 위험이 매우 높았다"라며 "정 하사가 초기 조치를 완벽하게 해 줘서 환자를 무사히 이송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를 당한 윤씨도 사고 후 수술을 마친 뒤 "정 하사가 응급조치와 함께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 큰 힘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정 하사는 서울 출신으로 지난 2016년 8월 특수전학교에 입교하며 군 생활을 시작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은 정 하사에게 학창시절부터의 꿈이었다. 그는 선임분대장으로서 분대원 관리, 작전지역 순찰, 철책정밀점검 임무를 수행 중에 있다.

젊은 군인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고를 당하신 분이 많이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이런 상황을 다시 겪는다면 똑같이 행동할 것 같아요. 항상 군인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복무하고 싶습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