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수원 광교 자이테라스 입주자대표 "대화로 갈등해결"
이웃만남 늘릴 카페 모금해 조성 … 경비원에 오토바이 선물도
▲ 박요한 수원 광교 '파크자이 더 테라스' 입주자 대표가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단지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libo.com
"지역사회의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웃 공동체'를 꿈 꿉니다."

우리 사회 대부분 아파트 주민들은 내·외부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거나, 겪은 적 있다. 그 근본적 원인은 '갑질', '경비원 해고', '비리' 등 여러 문제와 단절된 '이웃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게 사회적 시각이다.
반면 우울한 시대 속에서 진정한 공동체를 향해 도약하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도 있다. 2016년 수원시 광교에 들어선 '파크자이 더 테라스(자이테라스)'의 268세대 주민들이다.
이곳 주민들은 수원시 지역에서 다소 특이하다고 정평 나있다. 여타 아파트에서 떠오르고 있는 문제들을 100% 전부 '소통'과 '화합'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때론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직접 공헌하겠다며 자발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거나, 행정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 도맡는 등 보기 드문 행동을 해 지역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이런 따뜻한 아파트 문화가 입주부터 불과 2년 만에 자리 잡기까지는 이웃에 대한 생각이 남달랐던 박요한(43) 입주자 대표가 있기에 가능했다.

1일 오전 자이테라스 아파트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추운 날씨에도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단지 주변을 청소하던 중이었다.
"지금 앉아있는 이 공간도 주민 소통을 위해 마련했어요" 인터뷰를 위해 어느 한 장소로 안내한 박 대표는 이 장소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소통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당초 아파트에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모여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없었다. '주민 간 벽'을 허물겠다는 취지로 그 흔한 '입주자회 사무실'조차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이에 박 대표는 카페와 회의실을 만들자고 지난해 10월 말 주민들에게 건의했다.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은 '주민 모금'을 하자고 했다. 당시 설정한 모금 목표액은 약 200만원. 목표치는 시작 2주 만에 달성됐다. 어떤 주민들은 여기에 더해 의자·책상·오븐 등을 내놨다. 박 대표도 커피머신을 기부했다.

그는 "비록 하나의 공간이지만, 주민들을 위한 소통창구가 될 것"이라며 "지나가거나 앉은 상태에서 인사라도 나누면, 그게 바로 이웃사촌의 시작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비록 여러 사람이 사는 공동주택일지언정, 같은 울타리 안에서 삶을 보내고 있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아파트 안에서의 따뜻한 일이 당장 위·아래·옆집을, 나아가 담장너머의 지역을 변화시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대표직을 맡은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꽃다발'을 주기적으로 전했다. '말'을 걸고,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그가 택한 하나의 방식이었다. 이런 작은 행동은 실제 이웃 간 갈등을 푸는데 한 몫 했다.
그는 "가령 윗집과 아랫집이 소음 등 문제로 싸웠는데, 현재 국내 아파트 문화는 '당신이 잘못했네', '당신이 이해해라'식의 잘잘못만 따지는 경향"이라며 "만약 실수라면, 감정만 상하게 되면 어쩔 것인가. 피해를 입은 사람도, 입힌 사람도 '이해'가 필요하기에 꽃다발을 전하고 대화를 나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아파트 주민들은 자기비용을 들여 '제설차'를 샀다. 인근 공원에 눈이 자주 쌓여 직접 치우기 위해서다. 애초 공공시설 내 제설은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가 해결해야 할 업무지만, 주 이용당사자인 주민들이 보태자는 취지였다.
주민들은 더불어 열림공원과 쇠죽골천 일대의 잡풀제거·쓰레기청소 등 공무원 사무를 돕고 있는 중이다.
박 대표는 "사실 제설차 구매비용이 만만치 않아 구입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으나, 워낙 주민들이 의식이 남달라 즉시 추진됐다"며 "시민이 누리는 공공시설은 시민도 관리해야 한다는 게 주민과 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와 주민들은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는 경비원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입주 이전부터 협의회의를 거쳐 '상생대책(안)'을 수립했다. 노령 경비원들이 단지 순찰을 강제하는 규정을 아예 폐지하고, 대신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입주자들이 공동으로 순찰에 참여하는 등의 내용이다. 덕분에 노령의 경비원들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경비원실에서 머무른다. 지난해 무더운 여름에는 주민들이 자비를 들여 '오토바이'를 구입, 경비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요즘 경비원들 뉴스를 보면 참 우울하다"며 "그런 소식을 들으며 우리 주민들은 '모두가 이웃'이란 마음다짐을 다시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파트에서 '인기인'이다. 단지 내 주민들은 박 대표에게 수시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아이들도 직접 쓴 손 편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박 대표는 "공동체는 나에게 있어 '사랑'"이라며 "우리 단지는 여러 모임에서 연령제한이 없다. 아이와 학생, 청년, 노인 모두가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