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사업가 → 보증에 빈털터리
알바 등 닥치는대로 일해 빚 갚아
봉사하는 마음 교습소 운영 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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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와 인성교육이 병행되어야만 제대로 된 사람이 된다"

최상헌영어교습소 최상헌(사진·55) 원장은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학생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최 원장은 금광면 개산리 출생으로 4년 장학생으로 서울대 수의학과에 합격한 수재다. 그는 "원래 목표는 서울대 약대였으나 점수가 부족해 수의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며 "재수 할 생각도 했었지만 어려운 집안사정으로 인해 그냥 수의학과에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애초부터 학원사업에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운명적인 계기로 인해 그는 학원사업에 본격적
으로 뛰어 들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해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전공도 적성에 맞지 않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방황을 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우연히 운동권 동아리를 알게 됐고 그곳에서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학생운동권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휴학과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인 안성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는 "90년 무렵 안성에서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선배의 권유로 학원강사생활을 시작했다"며 "그러던 중 선배가 급하게 안성을 떠나게 되었고 그 선배가 나에게 학원을 인수해 줄 것을 제안해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 인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실력은 있지만 가정형편으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원비를 받지 않고 무료강의를 시작했다"며 "학원생들 중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힘들게 살았던 소녀가장이 이제는 공무원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을 보면 지금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후 안성에서 입시명문학원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그는 안성학원계에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97년 IMF사태와 빚보증으로 인해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않게 된다.

그는 "97년 무렵 IMF와 친척들에게 보증을 잘 못 서주게 되면서 빈털터리가 됐다"며 "한 번은 굳은 결심을 하고 죽을 각오로 옥상에 올라갔으나 차마 뛰어내리지 못했다"며 그 당시를 회고했다.

10여년간 폐인 같은 생활을 하던 그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기회가 온다.

"어느 날 TV를 보고 있던 중 '자살을 바꿔 쓰면 살자가 된다'는 강의를 보고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 날부터 술과 담배를 끊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것 이라도 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공사장 막노동부터 학원 아르바이트까지 안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해왔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채무는 거의 정리가 다 된 상태이고 이제는 영어교습소를 운영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현재도 약간의 채무는 있지만 지금처럼 열심히 일을 하면 다 갚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의 목표는 안성교육발전을 위해 남은 열정을 쏟고 싶고 아이들에게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닌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성=오정석 기자 ahhims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