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기본재산은 도 방침상 소유권 변경 불가능
절차 없이 계약한 이천시 "잘못 인정 … 이전 협의중"
이천시가 고려청자 등 유물을 사실상 기증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덜컥 이천시립박물관장직을 내준 사실이 드러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증 조건을 걸고 무려 20년 계약의 관장직을 받아낸 A씨는 과거 다른 지자체와 동일한 협약을 했다가 계약을 파기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이천시에 따르면 시는 2013년 6월부터 비영리법인인 한 문화재단 이사장 A씨를 20년간 이천시립박물관장으로 재임하도록 했다.

당시 A씨는 시립박물관장을 조건으로 자신이 소장한 20억 상당(A씨 주장)의 유물을 기부하겠다고 제안했고, 시는 이를 받아들였다.

A씨가 기부하기로 한 유물은 고려청자 등 유물 400여점이다.

A씨는 사업을 하면서 수십년간 유물들을 모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물들은 현재 시립박물관에 일부 전시돼 있고, 나머지는 모두 수장고에 있다.

A씨는 2013년 6월부터 5년 가까이 박물관 '책임 관장'을 맡고 있다.

A씨의 연봉은 5급 공무원 10호봉 수준인 4600여만원이다. 하지만 이천시는 아직 이 유물들의 소유권을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유물들은 현재 이천시 소유가 아니라 문화재단의 자산으로 돼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벌인 종합사무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 '유물소유권을 이천시로 이전하라'고 지적했다.

시는 유물 소유권을 가져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실상 방법이 없다.

A씨가 기증하기로 한 유물의 소유권을 이천시로 가져오기 위해선 경기도 관계부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유물은 A문화재단 기본재산으로 잡혀있다. 도 방침상 문화재단의 기본재산 변경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이천시와 A씨가 맺은 계약은 애초부터 성립되기 어려웠던 셈이다.

또 시는 당시 계약을 맺으면서 유물의 가치검증 절차인 기부심사위원회도 열지 않았다.

기부심사위원회는 유물을 박물관에 전시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는 제도다. A씨의 유물가치가 그의 주장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당시 재단 성격을 잘 파악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잘못을 인정한다"며 "문화재단 유물 소유권을 이천시로 가져올 수 있도록 경기도, 문화재단과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2011년 부천시와도 이 같은 협약을 맺었다가 유물 소유 문제로 계약을 돌연 파기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