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철수 예상했을때 비토권 행사 했어야"
뒷북 실사에 2대주주로서 '관리 부실' 비난여론
▲ GM 대우 비밀 문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놓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은 뒤늦게 주주감사 청구권을 발동하며 실사에 나섰지만 2017년 8월 자체 제작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는 GM의 철수를 감지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지엠 주식 7만706주(17.02%)를 보유한 한국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경영상황을 확인하고 GM과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지엠에 대한 실사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실사가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GM측은 2대 주주 산업은행에 회계장부를 보여주지 않았던 만큼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기업 실사에 2개월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GM이 제시한 2월 안으로 실사를 마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 지분 17.02%를 보유하며 대주주 GM(76.96%)에 이어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주주로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해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상법상 주주로서 회계장부 열람, 재무상태를 검사할 권리가 있는 산업은행은 GM측이 거부하면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GM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국회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이 확보한 2017년 8월 산업은행이 작성한 '한국지엠㈜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는 2016년 4월 경영진단컨설팅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2017년 3월에는 주주간계약서를 근거로 주주감사권 행사를 결정하고 회계법인과 함께 감사에 착수했으나 회사 비협조 등으로 사실상 감사가 불가능해 그해 4월26일 감사를 중단했다고 적시했다.

산업은행은 보고서에 'GM측 협조 없이는 실효성 기대 곤란, 현실적 한계 내재'라고 한계점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은 또 한국지엠의 국내시장 철수를 미리 감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7월 보고서에 '출구전략'을 모색했다 국회로부터 거센 지적을 받았던 산업은행은 8월 보고서에는 언론보도를 정리했다면서 'GM 철수 우려 제기'됐다고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산업은행은 대우자동차를 미국 GM에 넘기면서 2002년과 2010년 협약을 맺었다. 비토권과 사외이사 3명의 선임권, 한국지엠 장기경영계획 목표를 이루기 위한 GM의 적극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핵심이 되는 비토권은 GM이 보유한 한국지엠 지분을 처분할 경우 산업은행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로 한국 철수를 막을 수 있는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비토권은 지난해 10월 효력이 끝났고, 해당 보고서가 나왔을 때만 해도 공장 폐쇄 혹은 철수를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은행 보고서를 입수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GM측이 협조를 하지 않았을 경우 산업은행이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오히려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산업은행의 관리 감독 부실이 또다시 드러난 계기"라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