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천 중·고교 '평균 나이 60세' 259명 합동 졸업
▲ 13일 인천 남구 남인천중·고등학교에서 열린 합동졸업식에 참석한 늦깎이 졸업생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배움의 꿈을 늦게나마 이루게 돼 너무 기뻐요. 3년간 함께한 늦깎이 공부벌레 학우들 모두 졸업 축하드립니다."

13일 오후 2시. 인천 남구 학익동에 위치한 남인천 중·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졸업생들은 어린 학생들이 아닌 어르신들이었다.

이들은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남인천 중·고교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세워진 학교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날은 제13회 남인천중학교, 제37회 남인천고등학교 졸업식이 함께 열렸다.

학교 대강당은 졸업생과 가족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중학교 146명, 고등학교 113명 등 총 259명이 졸업장을 수여했다.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은 60세로 노년층이었다.

대부분 6·25 전쟁 직후 태어나 집안 살림이나 농사일을 도와야 했다.

또 남아선호사상 탓에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업을 뒷바라지 하느라 배움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최고령 졸업생 이순임(79)씨는 "가난 때문에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뒤로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며 늘 말 못할 부러움을 간직하고 살았다"며 "학교에 오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뿌듯하다"고 졸업 소감을 전했다.

강문자(60)씨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모두 모시고 살면서 학업을 병행했다.

그는 어린시절 몸이 약해 중학교를 2개월 남짓 다니고 그만둬야 했다.

강씨는 "남편과 딸 덕분에 두 어머니를 잘 모실 수 있었지만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더라"며 "딸의 권유로 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학우들과 선생님들을 만나 행복을 누렸다"고 말했다.

베트남 이주 여성 김유희(37)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에 다니며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

윤국진 교장은 "졸업생들은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한을 풀고 한 걸음 성장하게 됐다"며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축사했다.

졸업생들은 졸업장과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환하게 웃으며 교정을 벗어났다.

이들은 거대한 동산에서 꿈을 키우고 열매를 맺으라는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