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수렴보다 '누군가' 개입...추진·좌절 반복 희소성 부족
인천이 상징물(랜드마크) 홍수 속에 빠졌다. 시민 여론 수렴보다는 '때마다', '누군가'의 필요성으로 추진과 좌절을 반복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쯤 인천대공원 내 호수공원, 잉어 먹이주는 곳에 파란색 조형물 'all ways INCHEON'이 세워졌다. 행정기관이 금기시하는 한겨울 공사를 막 끝내고, 공사장 주변 정리에 여념이 없다. 민선6기 인천시의 핵심 구호인 애인(愛仁, 인천 사랑) 중심의 조형물은 눈에 안띄고 '사랑(愛)'만을 강조한 이벤트식 조형물만 눈에 들어왔다. 애인(愛人)을 위해 "사랑을 고백하세요"를 강요하듯 반지조형물과, 하트조형물이 자리했다. 남동구민 조모(43)씨는 "시민이 쉴 수 있게 인천대공원을 자연 그대로 놔두면 안되나. 왜 세금써가며 이 곳에 인천을 사랑한다고 부르기 낯뜨거운 사랑 놀이터로 만들어놨을까"라고 말했다.

인천시는 23일 인천대공원 애인(愛仁)광장 상징조형물 제막식 행사를 연다.

인천대공원 애인광장 상징조형물은 약 3억5000만원의 예산을 썼다. 시가 지난해 10월 공고한 인천대공원 애인광장 시설물은 하트조형물과 반지조형물, 인천글자조형물, 종합안내판, all ways INCHEON 글자조형물, 화성석 좌대 2개, 트릭아트 120㎡ 등이다. 시는 "지난해 초 시 중급간부공무원 연수 과정에서 '애인광장' 조성 방안 아이디어가 마련됐고, 유정복 시장이 직접 애인광장의 필요성을 언급해 2017년도 1회 추가경정예산에 세워졌다"고 했다. 비슷한 애인광장은 월미공원과 월미문화거리에도 세워진다.
이뿐일까.

송도국제도시에는 유 시장이 "송도 경제자유구역을 널릴 알릴 수 있는 상징 조형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300억원의 '송도국제도시 상징시설물 설치사업'의 행정절차가 한창이다. 또 인천의 랜드마크를 세우기 위해 인천 전역에 걸쳐 10억원을 들여 '인천 랜드마크 설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유 시장은 지난해 10월 문화주권 2차년도 사업계획을 발표할 때 문학산 랜드마크 조성 의지를 나타냈지만 거센 시민 여론에 한발 물러서며 "문학산이 아닌 수봉산 등 인천 전역에 걸쳐 랜드마크 최적지를 찾는다"고 했다. 민선6기 상징물 설치는 몇 차례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6년 중국 아오란그룹의 월미도 '치맥 파티'를 기념해 맥주캔 모양의 조형물을 중구 월미도 광장에 세우려다 사업 추진을 보류했고, 영종도 씨사이드파크 210억원 상징물 사업이 참여예산 정책토론회 비판 여론에 막혔다.

시 관계자는 "인천 전역에 걸쳐 상징물 설치 당위성과 장소 등의 기초가 되는 타당성 조사보다는 상징물 조성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논의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