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에 혼자 많이 살아, 불나면 도움 요청 어려워
22일 낮 12시. 주인 안내로 마주한 인천 서구 한 여관방은 마치 한밤처럼 어둡고 매캐했다. 한 달 이용료 35만원인 이 객실에는 침대, 탁자, TV 정도 있었다. 손바닥만 한 창문을 가리고 있던 커튼과 침구에는 담뱃불이 원인으로 보이는 구멍이 수십 개 있었다. 묻기도 전에 여관 주인은 "여긴 다 달방 사는 사람들인데 노가다(일용직)처럼 거친 일 하다 보니 담배도 엄청 피우고 술도 많이 마신다"며 "술 담배 안 하고 조용히 지내면 좀 깎아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달방은 월세 보증금 없이 선불로 객실 요금을 내고 일정 기간 머무는 것을 말한다. 지은 지 30년이 지났다는 이 건물에서 낡은 소화기를 빼고 나면 스프링클러, 완강기처럼 이렇다 할 소방시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천 부평역 경인선 철로 따라 자리한 여관, 모텔촌에 머무는 사람들도 대부분 달방 장기 투숙객이다. '월세방 있습니다'라고 적힌 안내 문구가 곳곳에 보였다. 여인숙 급은 한 달 20만원대도 있고 조금 시설이 좋으면 40만원 윗선이다. 지난 20일 화재로 6명 사망자를 낸 서울 종로 서울장 여관 역시 보증금 없이 월 40만~45만원으로 달방을 운영했다. 사망자 절반은 2년 이상 장기 투숙객으로 조사됐다.

부평역 근처 여관에서 5년 넘게 지낸다는 60대 남성은 서울장 화재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처럼 일거리 없는 겨울이면 방에서 술들 마신다. 취객이 항상 있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각자 사연으로 가족도 없이 살아 속에 한들이 맺혀 있다"고 전했다.

인천시 통계를 보면 2016년 기준 숙박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2건이다. 해당 연도에 신고된 숙박업체는 2317곳으로 100곳 중 1곳에서 불이 난 셈이다. 달방에서 길게는 몇 년 넘게 사는 이들이 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통계청 '인구총조사'(2016년) 자료에 따르면 인천지역 호텔, 여관 등 숙박업소 객실에서 거주하는 인구는 2565명이다. 전체 1900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76%(1443가구)다. 화재와 같은 위급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인천지역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관광 목적보다는 일거리를 찾아 다른 지역에서 온 경우가 많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적지 않아 실제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라며 "이용 요금 때문에 대개 낡고 허름한 곳에서 지내다 보니 화재에 더욱 취약한 구조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