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전 세계 157개국에 별도 심사없이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여권파워지수 3위의 나라다. 여권이 통하는 힘은 국력으로부터 나온다. 과거의 대한민국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는 변화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까다로운 비자발급 절차를 거쳐야 하는 나라가 아직도 많다. 입국자 중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 그렇고 요즘 떠오르는 시장인 동남아시아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인천공항 이용객 1억명 시대를 앞둔 한국도 이제 개방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 외국인 관광객은 1724만명으로 이 중 중국 관광객이 47%를 차지했다. 이어 일본, 대만, 홍콩,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순이다. 지난해의 경우 사드 갈등 등으로 중국 관광객은 42%나 감소한 반면 베트남은 전년보다 27%나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도 중국 내 여권 소지자는 전체 인구 중 5% 수준이라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대기 수요가 잠재돼 있다는 의미다. 동남아 주요 국가들의 관광시장도 급성장세다.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세계 경제성장률을 크게 앞지르면서 해외여행이 가능한 중산층 인구가 곧 1억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동남아 관광 시장은 중국시장에의 지나친 의존도를 보완하고 시장 다변화와 미래 대체시장 육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인천의 경우, 현재 중국과 러시아 등에 치중해 있는 의료관광을 동남아 관광객 수요가 높은 뷰티와 웰니스 영역으로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보다 탄력적인 무비자 정책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세계 여권 파워지수 1위인 싱가포르는 무비자 협정 확대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편리한 온라인 비자발급 시스템은 비자신청 수요 증가에 선도적인 대응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적인 빗장국가인 중국도 환승이나 경유의 형태로 무비자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물론 그간 입국 장벽이 높았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불법이민이나 국내 일자리 잠식 등의 우려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을 감안하되 긴 안목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빗장을 여는 입국 개방정책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