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사회부 기자
기자들은 항상 오해를 받는다. 바로 '기자가 잘 알 것이다'라는 오해다.
기자들은 그저 귀동냥으로 얻어 듣고 자료를 들여다 보며,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더듬을 뿐이다.
2016년 9월 인화회(仁和會) 보도를 처음 계획했을 때나, 이런저런 자료를 쌓아두고 몇몇 이의 이야기를 듣는 지금이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나는 인화회를 잘 모른다.

그렇다면 누가 잘 알까. 바로 그 안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다. 인천지역 유력자 가운데 선택된 220명. 그 중에서도 오랜 시간 활동하며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들이 가장 잘 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물을 수 없다. 쉽게 답해줄 리도 없고, 답변에 진실과 거짓을 섞을 수도 있다. 물을 때 마다 취재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식의 이상한 소문이 나기도 한다.
인화회를 취재하고 보도할 때 마다 그랬다. "그런 거 없는데요. 그냥 쓰고 싶었고, 바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요." 그렇게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다. 입으로 설명하기도 지칠 정도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물을까.

가장 큰 고민은 거기에 있었다. 어렵사리 취재원을 늘렸다. 은밀하게 만나 취재 목적을 충분히 설명했다. 하지만 취재원은 자신의 말에 자기 이름이 붙어 돌아다닐까 두려워했다.
이미 말해놓곤 행여나 자신이 드러날까 기사에 쓰지 말라고 했던 내용도 많았다. 심지어 회원이 아닌 사람들도 인화회를 혹평하면서 자신을 철저하게 가려달라고 주문했다.

인천시는 여전히 인화회를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들은 인화회를 두려워했다. 이 간극이 인화회의 실체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화회는 분명 변해야 한다.
사족을 달자면 인화회 5조가 작년 6월 송도의 한 골프장에서 모임을 가진 날, 기자는 택시를 잡아탄 채 전화를 걸며 공직자들이 이 모임에 참석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골프모임에 공직자가 없다는 걸 알곤 택시를 돌렸다. 인화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코끼리 더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