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장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두고 말들이 많다. 같이 밥 먹자는 사람이 없어 '혼밥'을 즐겼다느니, 수행기자들이 복날 개패듯 쥐어 터졌다는 둥. 심지어 초청국의 일개 장관이 감히 국빈의 팔을 툭툭 치며 친한 척 했다고 한다. 어찌된 셈인지 국빈 방문인데도 양국 정상간의 만찬 사진 한장 나온 게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실추되고 국민들이 많이 속상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속 좁은 무리들의 케케묵은 생각들일 뿐이다. 우리도 이제 시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닳아 빠지고 영악스러운 국제 외교무대에서 아마추어리즘 기반의 신선한 정상외교를 선보였다고 말이다.

마침 우리는 아마추어 스포츠의 대축전인 동계올림픽 개최국이다. 쿠베르탱 남작이 말했다. "올림픽 정신은 이기는 데 보다 참가하는 데 있다"고. 아마추어리즘은 돈에 찌들지 않고 순수하다. 때로 너무 순진하다는 평을 받기도 하겠지만 뭐 어떤가. 아마추어리즘은 선의를 베풀고 상대방을 배려한다. 때로 상대방을 위해 크게 인내한다. 그래서 아마추어리즘은 아름답다고들 한다. 이번에 우리가 선보인 아마추어리즘 기반의 외교도 국제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쾌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19세기 말 일본주재 청나라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조선인은 어린애 같다. 힘을 적절하게 과시하며 달래면 따른다.' 아마추어 외교는 우리의 값진 유산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대통령의 혼밥'부터 따져보자. 대통령은 방중 기간의 대부분의 식사를 스스로 해결했다. 모두 열 끼의 식사 중 중국 고위 인사들과의 식사는 딱 두번이었다. 14일 아침에는 참모들과 베이징의 한 서민식당을 찾았다. 중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주로 먹는 긴 꽈배기 모양의 요우티아오와 콩물로 만든 음료 또우장을 주로 파는 곳이다. 베이징 시민들 틈에서 격의없이 식사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말한다. 국빈 방문이면 현지의 실력자들이 앞다퉈 식사에 초대해 오히려 대통령이 파김치가 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또 같이 밥 먹는 걸 가장 중시하는 게 중국사람들인데 이상하다고.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이 서민식당에서 '깜짝 조찬'을 했다고 했다. 중국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백번 맞는 말이다. 하나마나한 외교적 수사만 난무할 식사 초대가 없었기로서니 뭐가 대수인가. 한가지 걱정은 된다. 앞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모두 저 식당으로 몰려 가 정작 중국인들이 내쫓기지 않을까. 우리측이 서열 2위의 리커창 총리를 식사에 초대했으나 지방에 간다고 해 무산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베이징에 있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필부인 우리네들도 멀리서 친구가 왔다는 전갈에 "너무 바빠서"라며 피할 때가 있지 않는가.

복날 개패듯 맞았다는 기자폭행도 그렇다. 이미 중국언론들이 '함부로 쓰다가는 한국의 국익에 자살골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지 않은가. 청와대는 "KOTRA가 고용한 경비원"이라며 덮으려 했다. 애먼 KOTRA가 다 덮어쓰게 됐지만 어쩌겠는가 상대는 대국인데. 실시간 댓글 100개 중 99개꼴로 당한 기자들이 또 맞았다. 「중국애들이 가만있는 데 기레기들을 줘패지는 않았을 것」 「방중 보도는 제대로 안하고 맞을 짓 하고 다녔겠지」 「기레기 기자들의 자작극일 수도」… 아이들이 싸웠으면 제 자식부터 혼내는 우리네 미풍양속의 발로인가. 그러나 이때문에 "한국기자 폭행에 한국 네티즌들이 환호했다"(환구시보·環球時報)는 보도가 나왔으니 피아 구분이 복잡해진다. 어떤 이들은 기자폭행 사건에 중국 속담을 끌어댄다. '풀숲을 쳐서 뱀을 혼쭐낸(타초경사·打草驚蛇)' 사건이라고. 이 역시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그러면 누가 풀숲이고 누가 뱀이라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