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 시비 건립 제막
고은 시인 축사는 불발
▲ 14일 인천 부평구 백운공원에서 열린 '한하운 시인 시비(詩碑) 제막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시비를 살펴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시인으로, 한센병 환자로 한겨울 추위처럼 매서운 삶을 살다 간 한하운 시인을 기리기 위해 올겨울, 인천 부평구 십정동에 그의 대표작 '보리피리'가 적힌 시비(詩碑) 하나가 섰다.

인천 부평구와 부평역사박물관은 14일 부평구 십정동 백운공원에서 '한하운 시비 제막식'을 열었다. 한하운 시인은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리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 때 그리워 피-ㄹ 닐리리' 시구의 보리피리 시인으로 유명하다.

임남재 한하운재조명사업 운영위원장은 기념사에서 "한하운 시인은 1945년 해방 이후 월남해 부평구 십정동에 정착할 때도 지금과 같은 겨울이었다. 제막식 하기에 날씨는 춥지만 의미는 있다"며 "고통 앞에 좌절하지 않고 가슴 시린 시를 남긴 시인을 잊지 않기 위해 시비를 마련해 다행"이라고 전했다.

시비가 자리 잡은 십정동 백운공원은 한하운 시인이 1975년 2월28일 간경화로 숨을 거둔 십정동 근처로 그의 체취가 남아 있는 공간이다.

1955년 펴낸 시집 보리피리에는 시 60여편이 수록돼 있다. 한국 대표 시인 100인선집에도 선정됐다. 보리피리는 한센병으로 방황을 해야 했던 삶의 애환과 어린 시설 향수를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하운 시를 사랑한 고은 시인이 시비 건립을 축하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인천을 찾을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불발됐다.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직접 고은 시인께 전화해 참석해 줄 것을 부탁드렸지만 날씨 등 문제로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대신 날씨 좋은 봄날 백운공원을 찾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고은 시인은 3달 전인 9월23일 부평구와 부평역사박물관이 개최한 '한하운, 그의 삶과 문학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바 있다.

부평구 관계자는 "한하운 시비 건립을 계기로 우리나라 주류 문화 예술계에서 소외됐던 인천 예술인들의 명예 되찾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