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0287_290124_4115.jpg
지난주 김인경 선수가 유럽 여자골프투어(LET)에서 아쉽게 연장전에서 패한 것을 끝으로 지구촌의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의 대회가 모두 시즌을 마쳤다. 그 어느 해보다도 치열했던 타이틀 방어와 신기록 쟁취의 해가 저물고 있다. 각 투어를 살펴보고 이곳에서 시사한 몇 가지 문제도 짚어보는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자.

한국의 투어는 박성현의 미국투어 합류로 고진영선수의 대세론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의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많이 나왔다. 9년 동안 중견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우승의 문턱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늦깎이 우승자 김지현이 3승을 거뒀다. 오지현의 2승 달성과 김지현2의 우승까지 이어져 이른바 '지현 천하'가 펼쳐졌다. 하반기 들어서는 2016년 신인왕 이정은6이 데뷔 2년차 징크스를 깨고 KLPGA 사상 초유로 대상, 다승왕(4승), 상금왕, 평균타수에 이어 신설된 인기상마저 싹쓸이를 하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그렇다고 한 쪽으로 쏠리지만도 않아 생애 첫 승을 기록한 우승자만도 총 31개의 대회에서 11명이 배출되는 상향 평준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미 대형 신인으로 예고되었던 여고생 최혜진이 아마추어로서 쟁쟁한 언니들을 물리치고 2승을 얻어낸 데 이어 US여자오픈에서는 준우승을 거두었다. 프로로 전향한 뒤 지난주에는 베트남에서 있었던 2018년 시즌 첫 경기를 우승하며 단숨에 KLPGA 통산 3승을 기록하게 되었다.

미국투어로 옮긴 박성현은 US여자 오픈을 제패하는 등 한 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의 선수 공동수상과 신인왕, 상금왕을 휩쓸며 1978년 낸시 로페스가 수립한 대기록을 39년 만에 달성했다. 박성현의 대기록을 필두로 미국 투어의 태극 낭자군은 2015년에 이룬 역대 최다승 기록인 15승을 금년에도 달성하였다. 유소연의 세계 랭킹 1위 수성이 한동안 이어졌고 소위 '김인경 퍼팅'으로 긴 슬럼프를 겪던 김인경은 브리티시 오픈에서 트로피를 안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일본 투어에서의 엔화벌이도 멈출 줄을 몰랐다. 작년과 재작년이 이보미의 해였다면 올해의 선수로 뽑힌 스즈키 아이와의 막판 경쟁에 끝까지 가세한 신지애, 이민영, 김하늘의 분투도 볼만했다. 강수연과 전미정은 불혹의 나이에도 우승을 기록하며 후배 선수들을 리드했다. 올 한해도 태극낭자들은 일본에서 총 13승을 거두며 한류 열풍을 이어갔다.

이러한 와중에도 렉시 톰슨의 '양심불량'으로 야기된 4벌타 사건으로 지구촌 골프가 뜨거운 논란에 휩싸이며 현재 룰 개정을 서두르고 있기도 하다. 반면 '정직 골퍼' 김혜선은 지난 8월의 한 대회 도중 자신이 샷을 준비하던 중 무심코 움직인 볼을 양심선언해 1벌 타를 받고 결국 예선에서 탈락했다. 결국 하늘의 보살핌이었는지 이후 10월의 마지막 대회 SK핀크스 서울경제 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며 위너스 클럽에 가입한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웠던 여자 투어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면 한국 31개 대회 상금 209억원, 미국 35개 대회 810억원, 일본 38개 대회 380억 원에 달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상금을 두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 한명의 승자만을 허용하는 대회에 당연히 승자는 축하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축하와 기쁨의 뒤켠에서 씁쓸히 백을 싸고 집으로 향해야 했던 선수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다. 꼴찌는 결코 부끄러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와신상담이라 생각된다.

김혜윤 박신영 안나린 허다빈 강예린 임성아 최가람 황율린 이기쁨 김소영2 박벼리 김윤교 이예슬 안시현 조윤지 이선화 최혜정2 양채린 이수민3 김보배2 홍유연 이나경 김혜선2 홍유연 김지영2 김보배 박신영 홍유연 정혜원 이정화2 김규리2 백규정.

이 명단은 2017년 KLPGA 각 대회의 꼴찌지만 그들은 절대로 인생의 꼴찌가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여겨 봐 주고 모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면 좋겠다. 2018년 시즌에도 멋진 경기 보여 주길 바라고, 우리는 당신들이 있어 행복했단 말을 전하고 싶다.

[본 칼럼은 마인더스가 협찬합니다]